최근 유통업계가 리빙상품을 눈에 띄게 강화하고 있다. 리뉴얼을 마친 갤러리아명품관은 5층 전체를 라이프스타일 매장으로 꾸몄고, GS샵은 오프라인에서 130여개 상품을 전시하는 리빙컬렉션을 열었다.
소비자 반응도 뜨겁다. 국내 백화점 최대 규모의 가구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아이파크백화점에서는 올해 가구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 늘었다. 롯데닷컴은 북유럽풍 가구브랜드 매출이 전년보다 61% 늘었다고 집계했다.
2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4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도 이같은 분위기는 고스란히 감지됐다.
◇유통 MD “새 브랜드 찾자” = 현대홈쇼핑 생활사업부 김동욱 MD는 사람들이 유난히 몰리는 한 부스를 지켜봤다. 30~40대 여성들이 흰색 도기 그릇을 연신 집어들고 있었다. 소비자들의 반응을 한동안 살펴보던 김 MD는 그릇을 집어들어 밑면 브랜드를 확인하고, 대표와 명함을 교환했다.
그는 방금 살펴본 식기 브랜드에 대해 “디자인이 깔끔하고 마무리감도 좋은데 이탈리아 수입 제품이라 물량을 맞추기가 어려울 것 같아 입점은 어려울 듯 싶다”고 말하고 다음 부스를 향했다.
그의 관심은 가구나 식기에만 머물지 않았다. 이번에는 건강 관련용품이었다. 김 MD는 “입점 절차를 진행 중인 상품이라, 실제 소비자 반응을 보기 위해 왔다”며 제품을 체험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다.
전시장에는 김 MD 외에도 여러 명의 낯익은 업계 관계자들이 눈에 띄었다. 가격을 묻는 일반 소비자와 달리, 이들은 부스 책임자와 명함을 주고받고 카탈로그를 챙겼다.
아이파크백화점 가구담당 윤녹규 바이어는 “디자인페어는 신규 MD를 발굴하고 트렌드를 훑기에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에는 원목가구가 강세였다면 올해는 시스템가구ㆍ디자인가구가 인기”라며 “대형 브랜드 외에도 공방가구 등 품질과 디자인이 뛰어난 ‘숨은 진주’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백화점 고객에게 소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독특한 모듈구조 철제가구를 선보이는 더띵팩토리 김유리 대리는 “오전에도 여러 명의 바이어들이 찾아와 디자인 콘셉트 등을 살피고 갔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인테리어 관심… 연차 내고 왔어요” = 행사장은 붐볐다. 시작 시간인 오전 10시30분 전부터 줄이 길었다.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들의 단체관람이 많았고, 친구 사이 또는 모녀 사이로 보이는 여성들이 사진기를 들고 곳곳을 누볐다.
SNS 친구를 맺으면 선물을 주는 ‘데일리 라이크’ 부스는 다가가기도 힘들었고, 방향제로 유명한 ‘마틸드 엠’이나 숙박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 부스도 관람객들로 발 디딜 곳이 없었다. 올 봄 결혼을 앞두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30대 여성은 “평소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데다 신혼집도 준비할 겸 연차를 쓰고 왔다”며 “온라인 전용 브랜드도 오프라인에서 직접 볼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터치스크린 방식 키오스크를 이용해 고객 참여형 전시를 연 ‘까사미아’ 부스에는 오전에만 2000명 넘는 관람객이 다녀갔다. 까사미아 최수영 팀장은 “미디어파사드 등 첨단 미디어 아트 기법으로 ‘꿈의 집’을 보여주려 했다”며 “전시된 가구 중에서는 디온소파, 키즈침대 제이콥 모델에 관심을 보이는 관람객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번 리빙디자인페어에는 가전 브랜드도 참여했다. 삼성전자는 냉장고 오븐 식기세척기 등 ‘쉐프컬렉션’과 커브형 디자인 TV를 공개했고, 이탈리아 브랜드 ‘스메그’는 레트로 스타일 컬러 냉장고를 다양하게 내놓아 인기를 모았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가 섬유(Textile)와 전자기기(Electronic devices)를 융합해 선보인 ‘텍스트로닉스(Textronics)’ 거실은 안마기능 소파, 색이 자동으로 변하는 벽지 등으로 구성돼 눈길을 끌었다.
서울리빙디자인페어는 매년 5일간의 전시기간 중 평균 15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리빙 트렌드 최대 전시회다. 올해 20주년을 맞았다. 지난해 누적관람객 300만명을 돌파했으며, 참여한 브랜드는 2000여개다. 2014 서울리빙디자인페어는 이달 30일까지 코엑스에서 ‘행복한 식구(食口)’를 주제로 진행된다. 200여개 리빙브랜드가 부스를 열었고, 한국ㆍ이탈리아 수교 130주년 기념 특별전도 동시에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