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유미의 고공비행]해운업계 달래는 ‘사탕발림’ 정책

입력 2014-03-27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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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근 해운업계를 살려보겠다고 ‘인수ㆍ합병(M&A) 활성화 대책’을 덜컥 내놓았다. 지금까지는 해운법을 통해 대형 화주가 자기 화물 수송을 위해 해운사로 등록되는 것을 엄격히 제한했지만 이제는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해운사에 한해서는 인수를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혁신’에 가까운 규제완화 카드에도 불구하고 막상 해운업계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구조조정 중인 해운사는 물론 새 주인을 만나는 기대감에 부풀 수 있지만 안간힘을 다해 대형화주와의 장기계약을 유지하고 있는 그 외 해운사들은 하루 아침에 일감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의 해운업 규제 완화 대책은 ‘해운업이 어렵다면 규제를 완화하면 된다’는 식의 근시안적인, 이분법적인 사고에 불과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해운업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관심이 전제되었다면, 이보다는 해운업이 시급하게 요청하고 있는 ‘금융 지원’에 더욱 집중했을 것이다.

물론 지난해 해양수산부 출범 이후 정부의 ‘금융 지원을 통한 해운업 살리기’ 노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선박금융공사 설립은 하루 아침에 백지화돼 버렸고 하반기에나 출범하게 될 5500억원 규모의 해운보증기금은 배 한두 척 만들면 바닥나는 금액이다. 또 지난해 도입된 회사채 신속인수제도 수혜자는 현대상선 2280억원 지원이 전부다. 시장 안정을 위한 P-CBO(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 역시 선정 기준이 높아 중견 선사들은 줄줄이 지원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쯤에서 보면 정부의 진정성에 의구심이 간다. 현 상태로는 ‘해운업계에 풀 돈은 최소한으로 하되 생색은 최대한으로 내자’는 꼼수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가까운 중국이나 일본 사례와 비교할 때 너무나 차이나는 지원책에 서운함까지 들 정도다.

중국은 많게는 수십조원에 달하는 금융 지원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세계 5위 선사인 COSCO는 중국은행으로부터 11조원에 달하는 규모의 신용 제공을 받았고 중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 매년 10조원 이상 지원을 받고 있다. 일본 정부 역시 전 해운업계를 대상으로 ‘이자율 1%, 10년 만기’ 회사채 발행을 허용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적어도 해운업을 국가 기간산업으로 인정하고 보듬어 주고 있다.

최근 현대상선을 투기등급으로 끌어내린 한국신용평가가 한진해운의 신용등급도 기존 BBB+에서 BBB로 강등시켰다. 또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해 향후 추가 하락 가능성을 시사했다. 국내 1,2위 선사가 맥을 못추고 있다. 이들 선사뿐 아니라 해운업계 전체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 위기에 허덕이며 정부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빛 좋은 지원 정책보다는 당장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당장 이들이 숨을 쉴 수 있는 ‘지갑’을 열어야 한다. 중국업체들처럼 수십조원에 달하는 지원을 바라는 게 아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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