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정유업계의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수 십년간 ‘4개 분할체제’였던 국내 정유 시장에 ‘삼성토탈’의 진입 여부가 판가름나기 때문이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한석유협회는 오는 4월 3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연례총회를 열어 삼성토탈의 회원사 가입 안건을 처리한다. 이 안건이 통과되면 삼성토탈은 ‘제5 정유사’로 본격 이름을 올리게 된다.
이날 총회에는 전용원 석유협회 회장과 박봉균 SK에너지 사장, 허진수 GS칼텍스 부회장,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 나세르 알 마하셔 에쓰오일 대표 등 정유4사의 최고경영자(CEO)가 모두 참석한다.
이번 총회의 최대 관심사는 삼성토탈이 정회원으로 승인될지 여부다. 삼성토탈은 지난 2011년부터 알뜰정유소에 휘발유 공급을 시작한 후 시장 점유율을 점차 넓혀왔다. 이어 유류 공급사로써 정유4사와 동등한 시장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지난 1월 석유협회에 회원가입 신청서를 제출했다. 삼성토탈 관계자는 “협회에 가입해 회원사로서 해당 의무를 다하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총회에 참석한 회원사 CEO 4명이 투표해 과반수 이상(3명)이 찬성하면 삼성토탈의 가입이 확정된다. 회원사 가입 안건이 가결되면 1980년 석유협회 설립 이후 약 34년 만에 첫 신규 회원사가 탄생하게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토탈은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4개사에 이어 제5 정유사로 자리매김하는 큰 의미가 부여되는 것”이라며 “석유협회가 정유업계를 대변하는 창구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삼성토탈의 목소리도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유업계는 침체된 국내 시장에 또 다른 경쟁자가 나타나는 것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삼성토탈이 정부 지원으로 정제시설 없이 알뜰정유사에 유류를 공급하게 되면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삼성토탈의 석유협회 가입이 무난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난 21일 윤상직 산업통상부 장관 주재로 열린 동북아오일허브 간담회에서 정유4사 CEO외에 삼성토탈 박성훈 부사장이 참석했다. 정부가 삼성토탈을 다른 정유사와 같이 대우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산업부 측은 정유업계가 석유협회를 폐쇄적으로 운영한다고 지적하면서 동북아 오일허브 성공을 위해 정유4사의 개방된 자세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