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7일 "이제 특정 분야를 넘어 문화 전반으로 한류를 확대해 'K-컬쳐'로 발전시켜야 한다"며 또 금지령이 많을수록 백성은 가난해진다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규제, 지방자치단체의 규제 등도 모두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현 부총리는 이날 서울 중구 명동에서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 매장, 뮤지컬 난타 공연장 등을 둘러본 뒤 로얄호텔에서 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간담회를 통해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대장금'은 최근까지도 스리랑카에서 시청률 90% 이상을 기록했다. 해외관광객 규모도 지난해 1천200만명을 돌파했다"면서 문화·관광산업의 저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글로벌 관광대국에 견줘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면서 의료·힐링·엔터테인먼트·관광을 연계하는 융복합 상품을 개발하는 등 고부가가치 관광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또 "관광객이 우리나라의 구석구석을 음미하도록 하려면 숙박시설 공급 여력을 확충해야 한다"면서 "일부 관광호텔은 법적 요건을 모두 갖추었는데도 지방자치단체에서 인·허가를 해주지 않아 매우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의료 관광에 대해선 "병원 해외진출 촉진, 의료법인의 자(子)법인 설립 등 의료관광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여러 부처에 걸친 복합적인 애로 사항을 원스톱 패키지로 해결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박진식 세종병원 이사장이 "인천에 외국인 환자를 유치할 수 있는 '메디텔'을 운영하려고 하는데, 현행법상 종합의료시설 부지에 병원 이외에 다른 건물을 지을 수 있는지 모호하다"고 지적하자 현 부총리는 "의료호텔 설립은 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한 성공모델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설립까지 밀착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해외 관광객들이 단체 관광에서 자유여행 방식으로 들어오는 점을 고려해 해외에서 국내 숙박시설을 예약·결제할 수 있는 온라인 시스템을 만들고, 레스토랑 평가 시스템도 구축하겠다고 덧붙였다.
현 부총리는 "산지(山地) 규제를 완화해 환경을 보존하면서도 다양한 관광상품이 개발될 수 있도록 균형 잡힌 접근을 하겠다"고 말했다.
한 참석자가 명동과 남산을 잇는 곤돌라를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하자 강태웅 서울시 관광정책관은 "곤돌라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시민적 합의와 환경문제, 예산 문제 때문에 장기적으로 검토할 사안"이라고 답했다.
현오석 부총리는 "곤돌라 설치 등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진할 사안"이라며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원할 방안이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도 해외공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등을 총 가동해 문화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고, 통상 협상에서도 해외 시장의 서비스장벽을 낮추는데 역점을 두겠다"고 약속했다.
권미경 CJ E&M 상무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할 때 문화콘텐츠 분야를 양허 범위에 포함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권평오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은 "협상에서 서비스 분야 시장 개방 형식을 어떻게 하느냐에 중국과 이견이 있다"면서도 "협상 과정에서 문화·콘텐츠 분야가 중국 시장에서 개방되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현오석 부총리는 "FTA 협상에 있어서 상품보다 서비스에 중점이 많이 가는 경향이 있다"며 "문화 컨텐츠 분야가 자동차 수출처럼 국익이라고 생각하고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노자는 천하에 금지령이 많을수록 백성이 가난해진다고 했다"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규제, 지자체 규제까지도 모두 포괄해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간담회에 앞서 현 부총리는 화장품 매장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제품이 어떤 것인지 물은 뒤 부인에게 선물하겠다며 구입했고, 난타 공연장에서는 필리핀인 관광객을 만나 한국 관광 소감 등을 물었다.
난타의 송승환 PMC네트워크 회장은 "관광객들이 난타 공연장을 찾아오기 쉽도록 거리에 이정표나 입간판을 세워야 하는데 규제에 막혀 있다"고 호소했고, 현 부총리는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이니스프리 직원은 현 부총리에게 "외국인 관광객은 제품을 수십개씩 묶음으로 사가는데 제품 하나하나마다 가격표를 붙여야 해 인력 낭비가 심하다"고 토로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장유재 모두투어 대표, 이종학 그린월드 대표, 권미경 CJ E&M 한국영화사업본부장, 김은조 블루리본서베이 편집장, 주영규 명동관광특구협의회장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