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투 풍랑 경제 발목잡나] 전문가 “산적한 노동현안…‘법과 원칙’‘대화와 타협’이 해법”

입력 2014-03-2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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政 “복지 삭감해야 부채 해소” 勞 “낙하산 근절부터” 경영정상화 놓고 팽팽

정부와 공공기관 노조가 경영정상화를 두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팽팽한 대결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304개 공공노조는 임단협을 단일화한다고 하는 반면, 정부는 임단협을 공공기관 정상화 계획을 거부하는 명분으로 삼거나 파업 수순으로 이용한다면 강경하게 맞서겠다고 분명히 했다.

우선 공공노조는 올해 최대 8.1%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기로 했다.

또 정기상여금은 사측이 지난 3년치 수당 인상분을 소급해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을 요구안에 담았다. 정부가 올해 공공기관 임금 인상률을 1.7%로 정해놓았고, 통상임금 판결에 따른 수당 소급 청구도 사측이 수용하기 어려운 사안으로 난항이 예상된다.

이처럼 정부와 공공노조가 ‘강대 강’으로 대립구도를 보이면서 ‘춘투(春鬪)’의 첫 단추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갈등의 배경을 놓고 전문가들은 양쪽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정부에서는 공기업의 과도한 부채와 방만 경영의 해소를 위해 공기업의 과도한 복지 삭감을 이야기하고 있으나 노조는 과도한 부채는 낙하산 인사에 의한 검증되지 않은 정책사업의 실패에 기인한 것이 크기 때문에 낙하산 인사의 근절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편으로는 문제의 본질에 대한 상대방의 입장이나 시각은 이해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동원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장도 양비론을 내세웠다. 김 원장에 따르면 정부는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을 꼬집고 있다. 타 기관 대비 공공기관의 복리후생의 경우 세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이 같이 빠져나가는 금액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논리를 정부가 펴고 있다. 반면 공공기관에서는 수십억원도 아니고 몇십조원이 적자가 난 것은 경영 잘못보다 정부의 정책이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이나 철도사업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정부는 수자원공사의 조언이나 첨언은 무시한 채 정책만 만들어 놓고 해당 부서 수장들은 다 도망간 셈이라는 것이다.

김 원장은 “양측의 말에 일리가 있다. 하지만 두 진영 모두 책임도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기업에 잘못이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본부장은 “기업이 숙제를 미룬 것이다. 미리 했어야 할 일들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태가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대립구조가 경제 활성화에 ‘발목’이 될지, 아니면 정당한 노동자 권리 행사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정치적 색깔을 배제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유경준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강조점 중 하나인 공공기관의 (타 근로자, 타 기관에 비해) 과도한 복리후생이 계속되고, 검증되지 않은 국책사업의 시행으로 공기업의 부채가 감소되지 않는다면 민간부문에도 영향을 미치게 돼 경제활성화에 저해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복리후생의 향상은 노동조합의 기본적인 목표이기 때문에 임금과 복리후생의 향상은 공기업 근로자의 정당한 권리행사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 정치적인 목적이 수반된다면 정당하지 않은 노동자의 권리행사로 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과도한 복리후생의 대표적 사례가 버스 공공기관의 자녀학자금 지원이다. 김동원 원장은 “공기업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혈세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복리후생의 과다한 비용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실타래처럼 얽힌 노동계 현안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공공노조와 정부가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합의점을 도출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각자 해결책을 제시했지만 대부분은 해결책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을 내세웠다.

유경준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노사관계에는 ‘법과 원칙’과 더불어 ‘대화와 타협’이 있다”며 “공기업 부채의 원인에 대한 노사의 서로 다른 인식 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서로의 인식차를 조율한 후 법과 원칙에 의해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즉, 양자가 원하는 낙하산 인사에 대한 해결방안, 검증되지 않은 국제 사업의 시행을 금지할 제도와 장치의 마련, 공기업의 과도한 복리후생 축소 등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동원 원장은 공공기관의 적자 해소를 위해 정책 실명제를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그는 “국장급 이름을 공개하는 정책 실명제를 도입해야 한다”면서 “이 같은 정책이 자리 잡힐 때 담당부서 수장들은 책임감을 가지고 정책을 내실 있게 세우고 실천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동안 국장급들은 정책을 만들어놓고 내빼기 일쑤였다. 이로 인해 수하에 있던 공무원들만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그러나 정책 실명제를 실시하면 수장과 직원들과의 정책 공조가 잘돼 좋은 정책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게 김 원장의 해결책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이번 사태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본부장은 노사정 갈등의 해법에 대해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어려운 문제다. 특히 중요한 사안인 통상임금이란 쟁점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어 풀어가기 힘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춘투의 발생 가능성은 적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번 봄 투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일방적인 권력으로 제압하는 상황인데다 노동계가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어 ‘춘투’ 발생 가능성은 낮으며 조금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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