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할 때 마냥 즐겁다. 거기다 누군가 내 옷을 입어준다면 바랄 게 없다. 고객이 내 옷을 입고 만족해 주는 것이 나의 행복이다.”
장미희, 황신혜, 김성령을 비롯해 김현주, 최강희, 최지우, 황정음, 공효진, 유인나, 미쓰에이 수지, 소녀시대 수영 등 중년 여배우부터 20대 초반 아이돌 가수까지 나이를 막론하고 유명 셀렙(Celebrity·셀러브러티의 줄임말)에 사랑받는 디자이너가 있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디자인에 레드, 블루, 옐로 등 강렬한 원색이나 블랙, 그레이 등 모노톤(단조로운 느낌)으로 세련된 의상을 만들어내며 패션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그는 바로 장민영 디자이너다. 2014 F/W 서울패션위크 콘셉트 역시 미니멀리즘(minimalism·단순함과 간결함을 추구하는 예술과 문화적 흐름)이었다.
장 디자이너는 “항상 구조적 디테일을 살리고자 건축의 요소를 많이 반영한다”며 “이번 시즌도 구조적 절개와 패턴 안에서 심플하면서 고급스럽고 우아한 느낌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번 패션위크를 위해 장 디자이너는 지난해 7월부터 약 9개월간 준비했다. 그는 “트렌드와 라이프 스타일을 조사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콘셉트를 잡은 후 디자인 작업은 속도를 내 마무리한다”고 말했다.
장 디자이너가 항상 추구하는 디자인 세계는 미니멀리즘과 기하학적 패턴이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그는 “원래 작은 사물을 좋아하는 데다 산업디자인을 공부했던 경력에서 그런 색깔이 나온 것 같다”고 고백했다. 사실 그는 패션디자인 전공자가 아니다. 장 디자이너는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뒤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피렌체 폴리모다 대학교로 유학을 가면서 패션디자인 공부를 시작했다. 이후 이탈리아에서 휴고보스(Hugo Boss), 캘빈클라인(Calvin Klein) 등 해외 유수의 유명 패션브랜드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하다 매그앤매그(MAGNMAG)라는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한국에 들어왔다. 2011년에는 CJ에서 후원하는 디자이너 양성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드민’ 브랜드를 선보였고, 세계시장에 한국 패션을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장 디자이너는 “솔직히 K패션이 따로 있을까. 패션시장은 이제 너무 글로벌화됐다. 그 안에 같이 뛰고 살아가는 것이 패션이다. 한국 패션을 알린다는 개척자의 마음과 제가 잘해야 후배들이 더 잘된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할 뿐이다”고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 그는 “아무리 내 마음에 드는 옷도 소비자에게 외면받으면 나에게 소중한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이 입어 주고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으면 그것이 나의 만족이다. 목표는 따로 없다. 지금 하는 대로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디자이너의 삶을 그려 나갈 것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