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 대한 불법보조금 제재가 강화되면서, 이동통신 3사가 IPTV·인터넷 결합상품으로 보조금 투입을 옮기고 있다. 한켠에선 불법보조금 자정노력에 나서는 시늉을 하면서, 실제로 유선 결합상품에 보조금을 대거 투입하고 있어 불법보조금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통3사가 휴대폰에 불법보조금 지급이 여의치 않자, IPTV·초고속 인터넷·인터넷전화 등의 통신사 결합상품에 보조금을 쏟아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불법보조금에 대한 강한 근절방침을 보이기 이전에는 결합상품 보조금이 20만원에 불과했으나, 최근들어 50만원 정도로 크게 늘었다”며 “단말기 불법보조금에 대한 정부의 감시가 심해지면서 보조금이 결합상품에 집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가 이통3사 CEO와의 간담회에서 불법보조금 근절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발표한 이후, 이통 3사는 대리점과 영업점 불법보조금에 대해 강경한 자세를 취하는 등 자정움직임을 보여왔다. 3사는 대리점과 영업점에 공문 등을 통해 과다한 보조금을 지급하지 말라는 식의 경고장을 보내기도 했다. 30일에는 SK텔레콤이 갤럭시S5를 19만원대에 판매하는 것처럼 거짓 광고를 한 온라인 사이트를 고소하기도 했다. 3사는 앞으로도 과다한 보조금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불법 광고 사이트에 대해 엄정 대처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를 놓고 보여주기식의 처신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가 철저하게 감시하고 있는 단말기 보조금만 현실화했을 뿐, 신규 가입자 유치를 위한 마케팅의 초점을 유선 결합상품에 맞추고 결합상품에 과다한 보조금을 집중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통3사가 내놓은 대부분 유선상품은 3년 계약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때문에 휴대전화와 결합할 경우 보조금을 지급하는 대신 가입자를 묶어두는 이른바 ‘락-인(Lock-in)’효과를 누릴 수 있다. 영업정지 중인 이통3사가 가입자 이탈을 최소화 하기 위해 결합상품에 과다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이유다.
통신사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도 최근 불법보조금이 유선쪽으로 옮겨갈 것으로 전망하고 이미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통위 통신조사과 관계자는 “아직 실체가 확인된 바 없지만, 유선 결합상품에 대한 전면 조사에 들어갔다”며 “시장 전반적인 상황을 보려면 최소 3주에서 한달은 걸린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재 일부 판매점에서 스팟성으로 과다한 불법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전체적으로 확산될 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불법보조금 풍선효과를 막기 위한 조사를 강화하고 위반시 강력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통사가 보조금을 IPTV에 몰아주면서 IPTV에 채널을 공급하지 않고 있는 중소 PP(프로그램 공급자)는 고사위기에 놓였다. 업계 관계자는 “케이블TV·IPTV·위성TV 각각의 특성에 따라 방송 플랫폼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보조금 지급 여부에 따라 선택하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보조금 지급 여력이 부족한 케이블TV 업계는 더욱 힘들어 질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