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 연예인 봇물과 뇌사 여고생 [배국남의 직격탄]

입력 2014-04-03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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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날 낳으시고, 성형원장님이 날 만드셨다고!

▲성형고백 연예인들(사진 = KBS 2TV, MBC, SBS)

성형 연예인 봇물과 뇌사 여고생[배국남의 직격탄]

-부모님 날 낳으시고, 성형원장님이 날 만드셨다고!

지하철역에 들어서니 벽면에 “예쁜 가슴으로 자신감 회복하라”“몰라보게 예뻐진 그녀, 비밀은 따로 있었다”는 수많은 성형 광고판이 눈에 들어온다. 지하철 안에는 성형 전후의 여성 모습이 담긴 성형 관련 광고가 덕지덕지 붙어있다. “○○성형외과로 가실 분 2번 출구로”지하철 안내방송이 나온다. 지하철을 내려 밖으로 나오니 ‘부모님 날 낳으시고, 원장님 날 만드셨네!’라는 황당한 문구의 플래카드가 한 성형외과 외벽을 장식하고 있다.

서울시가 지하철과 버스 성형광고를 규제한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지난 3월 6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의원에서 박모씨(34 여)가 성형수술을 받다 호흡곤란으로 사망했다.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성형외과에서 코 성형 수술을 받던 한 여고생이 넉 달째 뇌사상태에 빠져있다. 성형사고로 숨지거나 치명적인 성형 부작용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성형 광풍은 잡을 수 없다. 국제성형의학회(ISAPS)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11년 인구 대비 성형수술 횟수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2011년 인구 1000명당 성형수술 시술 횟수가 13건에 달해 세계 1위에 올랐다.

해외 언론까지 ‘한국은 성형공화국’이라는 수식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한다. “경쟁 치열한 한국 사회에서 성형수술은 취업 및 인간관계의 필수조건”(미국 NBC) “어느 나라 미인대회든 참가자라면 성형수술을 하는 경향이 있지만, 한국 여성들의 얼굴은 놀라우리만치 비슷하다. 이는 한국이 성형공화국이라는 뜻”(허핑턴 포스트) “한국은 성형수술의 메카”(미국 CNN) “한국에 성형광풍이 몰아치고 있다”(영국BBC) “한국 배우와 가수 등 대다수 연예인이 성형수술을 했고 성형 고객 대부분은 좋아하는 스타가 한 (성형)수술 받기를 원한다”(USA투데이)…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는 성형 광풍은 수많은 사람을 예뻐지려고 하는 인간의 기본 욕망을 넘어 외모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신체변형장애 환자로 내몰고 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결혼시장에서 더 나은 배우자와 노동시장에서 더 나은 일자리를 위한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성형병원으로 향하고 있다. 하지만 성형 광풍의 이면에는 외모가 결혼시장과 노동시장에서 시장가치를 상승시키는 경쟁력이라는 논리를 무차별적으로 설파하는 뷰티산업과 미디어가 존재한다.

외모를 향한 맹목적 숭배 현상은 개인적 차원의 것이 아니라 거대한 자본의 음모가 개입된 사회적 시스템의 문제라는 발트라우트 포슈의‘몸 숭배와 광기’에서의 지적은 현재 우리 사회에 불고 있는 거센 성형 광풍과 견고한 외모지상주의의 원인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성형외과, 뷰티업체, 매스미디어 등 기업들은 막대한 이윤 창출을 위해 수많은 사람에게 “당신의 몸과 외모는 부족함 투성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들이 그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다고 해 막대한 이윤을 챙기고 있다.

뷰티산업과 매스미디어의 이윤 창출의 첨병이 바로 성형 연예인이다. 불특정 다수에게 막대한 영향을 주는 매스미디어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연예인은 대중의 미적 기준 역할을 한다. 또한, 이상적인 미의 대리자 기능도 한다. 뷰티산업과 매스미디어는 이러한 연예인, 특히 성형 연예인을 전면에 내세워 일반인들로 하여금 자신의 몸과 외모에 부족한 결핍을 느끼게 해 성형외과와 뷰티업체를 찾게 만든다.

미디어는 ‘몸짱’‘얼짱’‘동안’‘S 라인’‘11자 복근’‘소두(小頭)’‘이기적 몸매’ ‘마네킹 몸매’ ‘극세사 다리’ ‘꿀벅지’ ‘우월한 기럭지’ ‘9등신’ 등으로 대변되는 상업적 외모 담론과 연예인으로 대표되는 이상적 육체의 상품화 열기를 고조시켜 실질적 필요나 진정한 욕망에 의한 것이 아닌 사이비 결핍 촉발을 통한 사람들의 채워지지 않는 욕망을 자극해 수많은 사람을 뷰티산업과 매스미디어의 이윤 창출 도구로 전락시키고 있다.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성형으로 삶의 자신감과 경쟁력을 높였다고 떠드는 연예인들로 인해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이 뷰티업체와 성형외과로 발길을 향한다.

“눈과 코를 고치는 것은 성형수술 축에도 들지 못 한다”며 태연스럽게 웃으며 말하는 한 여자 연예인은 코 성형수술을 받다 뇌사 상태에 빠진 한 여고생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까. 참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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