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지멘스의 실무진은 특허공유 계약을 맺기 위한 세부적 사항을 논의 중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 지적재산권(IP)센터 기술분석팀은 특허 공유 범위 결정을 위해 면밀한 특허 분석 및 조사에 착수했다.
1847년 독일에서 설립된 지멘스는 가전ㆍ에너지ㆍ헬스케어ㆍ인프라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거대 전자기업이다. 현재 보유 중인 특허권만 6만건에 달한다. 특히 삼성전자와 지멘스는 지난해 유럽에서 각각 2833건과 1974건의 특허를 신청해 나란히 1, 2위를 기록한 바 있다.
두 회사의 특허 공유 추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2년 삼성전자와 지멘스의 자회사 오스람은 특허 소송전 끝에 LED 기술과 관련한 특허공유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지멘스와 직접 전 사업부문에 대한 특허 공유 추진에 나선 만큼 규모에서 궤를 달리하고 있다.
업계는 삼성이 추진하는 지멘스와의 특허 공유가 의료기기의 원천특허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신성장동력으로 의료기기 사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지만 뒤늦게 뛰어든 만큼 원천특허가 빈약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0년 국내 의료기기 업체 메디슨을 시작으로, 미국 심장질환 검사기기 업체 넥서스, 미국 CT 전문의료기기 업체 뉴로로지카를 인수한 것도 관련 기술 및 특허 확보를 위한 행보였다.
앞서 인수한 기업들이 소규모 전문업체인 것과 달리 지멘스는 무려 130여년간 영상의학, 진단검사, 의료 IT, 보청기 등 최신 의료기술을 선도해 온 기업이다. CT, MRI 등 의료기기 모든 분야에서 GE와 더불어 특허권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지멘스의 원천특허를 확보한다면 삼성전자 의료기기 사업은 더욱 속도를 낼 수 있고, 특허 분쟁 위협도 없앨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멘스 역시 삼성전자의 거대 특허 포트폴리오를 활용해 스마트홈 등 신사업을 적극 추진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삼성전자가 의료기기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대기업과 특허 소송에 휘말릴 위험이 많다”며 “지멘스와 특허 공유를 맺는다면 이 같은 불안요소를 제거하고 신기술 개발에만 전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삼성전자는 다양한 분야에서 글로벌 대기업과의 특허 공유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SK하이닉스와 반도체 관련 특허 공유를 맺었고, 올해는 구글, 시스코와 향후 10년간 출원될 특허까지 공유하는 광범위한 특허 공유 계약을 체결했다. 소모적 특허 전쟁을 줄이는 대신 제품·서비스 혁신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