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그림자금융 1500조 돌파…GDP보다 많아

입력 2014-04-03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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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석 의원 “한은·감독당국 그림자금융 감시체계 구축해야”

우리나라 그림자금융 규모가 지난해 말 1500조원을 돌파했다. 그림자금융은 복잡한 금융거래 상품 판매를 통해 은행과 유사한 자금중개기능을 수행하지만 은행과 달리 엄격한 감독·규제를 받지 않는 영역을 의미한다. 그림자금융 규모가 늘어났다는 것은 자금조달 방식이 다양화됐다고 볼 수 있지만 당국의 건전성 규제를 받지 않아 경제의 ‘뇌관’이 될 우려도 있다.

3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원석 정의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3년 광의의 그림자금융 규모는 전년비 11.2%(157조원) 늘어난 1561조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1428조3000억원)보다도 많다.

그림자금융을 구체적으로 보면 집합투자기구 403조원, 신탁 351조원, 증권회사 312조원, 여신전문금융회사 157조원, 유동화 및 대부사업자 110조원, 머니마켓펀트(MMF) 67조원, 기타 161조원 등으로 구성됐다.

우리나라 그림자금융 규모는 국제적으로 비교적 높은 수준이였다. 금융안정위원회(FSB)에 따르면 GDP 중 그림자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이 우리나라는 지난 2012년 기준 108.4%로 주요 26개국 중 7위를 차지했다. 1위는 네덜란드(564.7%), 2위는 영국(354.4%), 3위는 스위스(233.5%)다.

광의의 그림자금융에 견줘 리스크 유발 요인이 더 큰 ‘협의의 그림자금융’ 규모는 기관 기준으로 전년보다 30조원 늘어난 646조원이다. 상품 기준으로 보면 564조원으로 57조원 증가했다.

문제는 증가세를 이끈 상품이 위험성이 높은 자산유동화증권(ABS)과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등 유동화상품이라는 점이다. 이들 상품 규모는 163조원으로 전년보다 24.4%(32조원) 늘었다. 전체 상품 증가율(11.2%)의 배가 넘는다.

ABCP란 기업의 매출채권, 회사채 등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어음의 일종으로 최근 기업어음(CP)에 대한 공시의무가 강화되자 발행이 늘고 있다.

만기가 통상 3개월로 짧은 편이어서 석 달에 한 번씩 차환하게 돼 있는데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차환이 어려워지면 기업과 투자자는 물론 ABCP가 시장에서 팔리지 않으면 금융사가 대신 사준다는 매입보장 약정을 맺은 금융사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

최근 대출사기에 연루된 KT ENS는 신용도 하락으로 ABCP를 차환하지 못해 법정관리를 신청한 바 있다.

또 지난해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3조원 이상 자기자본을 가진 증권사라면 기업에 대출을 할 수 있게 된 만큼 그림자금융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박 의원은 “그림자 금융의 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소지가 있고, 그림자금융의 부실이 지급결제리스크 등 시스템리스크로 표면화 될 가능성도 증대됐다”며 “한은은 물론 감독당국 역시 이에 대한 감시체계를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주열 한은 총재는 최근 국회에 제출한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금융안정을 위한 5대 핵심과제로 ‘그림자금융에 대한 점검 강화’를 꼽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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