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시시콜콜] 리스닝반 전락한 금감원 특별검사

입력 2014-04-04 12:56 수정 2014-04-04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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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 저승사자 금융감독원 특별검사 직원들이 녹음파일 청취에 진땀을 빼고 있다. 스스로가 리스닝반(?)으로 전락했다고 푸념할 정도다.

금감원은 지난해 10월 동양증권이 회사채와 CP를 불완전판매 했는지 조사하기 위해 50명 규모의 특별검사반을 만들었다. 이후 일손이 달리자 지난해 12월 각 부서에서 1∼2명씩 차출해 특별검사반 직원을 150명으로 늘렸다.

이들 정예(?)요원이 하는 건 하루 종일 녹음파일만 청취하는 것이다. 심지어 지방색 짙은 사투리를 해석(?)하기 위해 ‘사투리 전담반’까지 만들었다.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모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금감원 인력이 대거 분쟁조정과 특별검사반에 투입되면서 내부 불만도 쌓여가고 있다.

최수현 원장은 9월 이후 주말을 쉬지 않고 출근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직원들도 주말이 없어졌다. 한 직원은 “쉬지 않고 출근한 날을 세어보니 90일이 훌쩍 넘어갔다”고 토로했다.

동양사태로 감독기관으로서의 위엄은 추락했고 사태를 수습하느라 조직의 에너지가 소진될대로 소진됐다.

이 와중에 KT ENS 사기대출 사건이 터져 또 다시 녹음파일과 씨름해야 할 상황이다. KT ENS 법정관리로 인한 개인 피해투자자만 625명에 달한다. 특별검사 직원들은 이들에 대한 전화통화 분석을 통해 PB센터에서 불완전판매를 했는지 여부를 가려내야 한다.

금감원의 선제적 대응보다 후속조치에 에너지를 쏟는 소모전이 계속되는 형국이다.

몇 년 사이 경기침체 장기화 등으로 부실기업들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 금감원 안팎으로 기업들에 대한 조기구조조정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그만큼 한국 기업들의 체력이 고갈되고 있는 상황을 방증한다.

그 가운데 서 있는 금감원은 본연의 역할에 대해 자문해 봐야 할 때다.

결정권을 쥔 상층부의 안일한 대처가 기업부실을 키우고 결과적으로 '감독 부실'이란 불명예의 화살이 돼 돌아온 셈이다.

이후에도 금융당국의 결정권자들이 조기 기업구조조정 조치, 기업 내부통제 시스템 등에 대한 선제적 대응에 소홀히 한다면 ‘리스닝 반’ 사례에서 보듯 고급인력을 낭비하는 악순환은 되풀이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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