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란 사회를 이루고 아프기도… 나무와 사람, 똑같지 않나요”

입력 2014-04-04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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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종영 푸른공간 나무병원장

“진료부터 처방까지, 아픈 나무를 보살피는 과정은 환자를 치료하는 것과 꼭 같습니다.”

식목일을 이틀 앞두고 반가운 봄비가 내린 3일 오후 2시께 이천시 창전동 청소년문화의집. 이곳에 자리 잡은 300년 넘은 웅장한 느티나무는 옛날 옛적 마을에 심한 가뭄이 들었을 때 주민들이 느티나무를 심으려고 땅을 팠더니 물이 펑펑 솟아나왔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주변 개발 때문에 나무뿌리가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해 시름시름 앓고 있는 상황.

아픈 나무를 치료하기 위한 우종영(60사진) ‘푸른 공간’ 나무 병원 원장의 손길이 바빠졌다. 땅을 파내 뿌리에 공기를 불어넣고 물과 거름을 처방(?)했다. 숨을 쉬지 못하는 나무에 ‘산소 호흡기’를 달아주는 것이다.

그는 경기일보(이관주기자 leekj5@)와 가진 인터뷰에서 “망진(望診), 문진, 촉진으로 이어지는 나무에 대한 진단은 우리네 한의학의 그것과 똑같다”며 “숲이란 사회를 이루고, 아프기도 하고, 나무와 사람이 똑같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아픈 나무는 치료하고, 건강한 나무는 잘 자라도록 돕는 일명 ‘나무 의사’로 통하는 우 원장이 나무와 함께 살아온 지도 벌써 30여년.

어린 시절 그는 별을 바라보며 천문학자의 꿈을 키워왔지만 색맹이라는 이유로 포기해야 했고, 등록금이 없어 고등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했다. 20대 때엔 군 제대 후 중동에서 힘들여 번 돈으로 꽃 농사를 시작했지만 3년 만에 망하며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절망감만 찾아왔다.

이때 그를 찾아온 것이 바로 나무였다. 한번 뿌리를 내리면 평생 그 자리를 떠날 수 없지만 불평 없이, 포기하지 않고 자라는 나무를 보며 마음을 다잡은 그는 1985년 나무 병원을 차린 뒤 전국 방방곡곡 수많은 나무를 보살피며 지금까지도 나무를 위해 살아가고 있다.

우리 땅에 아픈 나무가 없길 바라지만, 사람들의 ‘욕심’과 ‘무지’로 인해 아픈 나무가 대부분이라는 우 원장은 식목일을 맞아 나무를 심는 것만큼 가꾸는 일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우 원장은 “무조건 좋아하는 나무를 심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토양과 기후에 맞는 나무를 심어야 한다”면서 “또 씨앗이 퍼져 자라는 천연림과 달리 사람이 조성한 인공림은 일정 시간 돌봐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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