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 CEO 연봉 공개의 부작용

입력 2014-04-04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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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특임교수ㆍ프리덤팩토리 대표)

CEO 연봉 공개에 대해 예상했던 반응들이 쏟아지고 있다. 요지는 ‘한 것이 뭐가 있다고 그 많은 돈을 받느냐’는 것이다. 직원 평균의 몇 배를 받는 것이 좋겠냐는 여론조사의 결과도 보도된다. 임원의 연봉을 여론으로 결정하겠다는 발상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CEO이든 일반직원이든 직장인의 보수는 제3자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 회사 내의 일이기 때문이다. 각 기업들이 에어컨을 몇 대 쓰든 기업 밖의 사람들이 관여할 일이 아니듯이, 기업이 직원들에게 얼마를 지급하든 기업 밖의 사람들이 관여할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게 되면 지나치게 많은 돈을 지급하게 되지 않을까? 하지만 그런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직원에 대한 보수는 그 사람이 벌어다주는 이익을 넘어설 수 없다. 버는 것을 초과해서 보수를 지급하는 기업은 머지않아 부도를 면하기 힘들 것이다.

물론 공기업이나 정부기관처럼 호봉제를 택하는 직장, 철저하게 정년이 보장되는 직장은 예외다. 그런 직장에서는 기여가 큰 직원이 조금 받고,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는 직원이 많이 받는 일도 종종 생긴다. 그러나 임원 보수 공개의 대상이 되는 민간기업들, 그중에서도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기업들에서는 거의 철칙처럼 직원 각자의 보수가 성과와 연동되어 있다. 즉 자신이 벌어다주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받아갈 수 없다는 말이다.

물론 CEO에게는 다른 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반직원들의 경우 상사가 성과 평가를 하기 마련이지만 CEO는 누구의 평가도 받지 않는다. 그러니까 자기 보수를 자기 마음대로 받아갈 수 있지 않겠는가. 이렇게 생각하면 오해다. CEO는 대부분 등기임원이며 등기임원들의 성과는 주주총회에서 평가받는다. 주식시장에서 주가로 항상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그들의 보수는 주주총회에서 그 한도가 결정된다. 주주총회가 최종 액수를 정하지 않고 한도만을 정해 놓는 것은 성과급을 줄 여지를 확보할 목적이기도 하지만, 당사자들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욕구를 인정한 때문이기도 하다. 보수 한도의 공개는 CEO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욕구와 CEO가 제멋대로 자기 보수를 챙겨갈 위험을 차단하고자 하는 주주들의 욕구 사이의 절묘한 균형인 셈이다.

그런데 이번의 조치로 그 균형이 무너졌다. 그리고 CEO들은 자신들의 보수가 만천하에 공개되면서 여러 가지 부담을 안게 됐다.

첫째는 자기가 왜 그 돈을 받아야 하는지 사회를 대상으로 설득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었다는 것이다. CEO에게 마치 정치인처럼 행동하기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에게 매우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다. 둘째, 개인적인 기부 요청을 많이 받게 될 것이다. 부모-자식 간에도 밝히지 않는 것이 연봉이다. 소득이 알려지면 돈을 달라고 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 식구들끼리 돈을 부담할 때 적당히 둘러댈 말이 궁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연봉이 만천하에 공개된 임원들은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기부 요청을 받게 될 것이 뻔하다. 그것을 거절할 때 굳이 변명을 해야 할 일도 늘어날 것이다.

이같은 부담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까? 그리 바람직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첫째, 연봉 공개의 대상이 되는 자리를 피하려는 생각들이 늘어날 것이다. 너무 높이 올라가서 연봉이 만천하에 공개되기보다는 적당한 정도로만 진급을 하려는 풍조가 늘어날 것이다. 이는 최고경영자들의 자질이 떨어지게 됨을 뜻한다.

둘째, 초기에는 보수가 떨어지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최고경영자의 보수가 오히려 높아질 것이다. 공개에 따른 심리적, 경제적 부담을 돈으로 보상받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안하면 CEO의 자질은 더욱 낮아질 것이다. 독일에서도 CEO 보수 공개 후 연봉이 오히려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CEO의 보수를 낮추기 위해 도입된 규제가 의도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이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언론과 대중의 자제가 필요하다. 왜 그렇게 많이 받느냐고 다그치기보다는 부러움과 존경의 눈으로 봐주는 아량이 필요하다. 지금과 같은 마녀사냥식의 비난이 계속된다면 최고위 임원의 자질은 떨어지고 기업 활동도 위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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