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산업 파워를 찾아서(29) 에이콤 인터내셔날] ‘명성황후’·‘영웅’ 잇는 3부작 ‘위안부’ 소재 뮤지컬 계획

입력 2014-04-0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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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100만 관객• 수출 1호 ‘대형 창작 뮤지컬’의 역사… 뮤지컬 ‘명성황후’ 감동, 대한민국 넘어 세계로

‘국내 최초 대형 창작 뮤지컬’, ‘아시아 뮤지컬 최초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 공연’, ‘국내 수출 1호 뮤지컬’, ‘뮤지컬 100만 관객 최초 돌파’….

1995년 탄생한 뮤지컬 ‘명성황후’가 세운 기록들이다. 뮤지컬이라는 용어조차 생소하던 척박한 환경에서 한국 뮤지컬사에 길이 남을 최초의 기록이 가능했던 것은 윤호진이라는 인물과 그가 설립한 뮤지컬 제작사 에이콤 인터내셔날이라는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윤호진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에이콤 인터내셔날은 어떤 회사인가. 한국 뮤지컬의 초석을 다진 윤호진과 에이콤 인터내셔날을 만나는 것은 한국 연예산업의 지형도뿐 아니라, 한국 뮤지컬 판도를 읽는 중요한 단초가 된다. 그 단초의 파악 작업은 지난 3월 24일 서울 송파구 오금동의 에이콤 인터내셔날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국내 최초 뮤지컬 전문 프러덕션으로 태동한 에이콤 인터내셔날은 1991년 에이콤 극단으로 시작해 지금의 이름으로 2000년 11월 법인 전환했다. 회사명에서 알 수 있듯, 에이콤 인터내셔날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를 감동시킬 명작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그리고 있었다.

1995년 창단 공연으로 선보인 ‘아가씨와 건달들’은 에이콤을 통해 로열티가 지급돼, 정식 라이선스 작품으로 국내 관객과 만난 것은 처음이었다. 이듬해 ‘이수일과 심순애’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스타가 될거야’는 제1회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작품상, 연출상을 포함 5개 부문을 수상하며 대중적 인기를 확인했다. 그리고 1995년, 에이콤 인터내셔날은 마침내 국내 공연계의 기념비적 작품을 탄생시켰다. 명성황후 시해 100주년을 맞이해 제작한 ‘명성황후’는 초연 당시 10억원이 넘는 제작비를 투입, 대형 창작뮤지컬로서 유례없는 규모를 선보였다.

‘명성황후’ 연출자인 윤호진 대표는 “기존에 알려졌던 명성황후의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뮤지컬 ‘명성황후’를 통해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여성으로서의 면모를 완성했다”며 역사적 이미지 제고에 영향을 끼쳤음을 밝혔다.

국내 창작뮤지컬의 수준을 한층 끌어올린 ‘명성황후’는 제2회 한국뮤지컬대상 작품상, 연출상, 미술상, 의상상, 연기상을 수상하며 국내에서 다각적인 호평을 이끌어낸 것은 물론, 해외에서도 그 위용을 떨쳤다.

1997년과 1998년 미국 뉴욕 링컨센터, 2002년 영국 런던 아폴로해머스미스극장에서 ‘명성황후’는 감동을 불러일으키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외에도 미국 로스앤젤레스(1998·2003년), 캐나다 토론토(2004년)는 물론, 2009년에는 실제 명성황후 시해 낭인들의 고향인 일본 구마모토 후손들의 적극적인 초청으로 상연돼 역사적 의미를 더했다.

이처럼 불모지에서 일군 에이콤 인터내셔날의 성과는 고스란히 국가 이미지 제고로 이어졌고, ‘명성황후’는 공연예술 부문으로 유일하게 2010년 국가 브랜드상을 수상했다. 우리 고유의 소재를 활용해 인류 보편의 가치를 전하는 에이콤 인터내셔날의 제작 방향은 뮤지컬 ‘영웅’의 탄생으로 깊이감을 배가시켰다.

안중근 의사의 서거 100주년을 기념해 5년여 준비 끝에 2010년 관객과 만난 ‘영웅’은 제16회 한국뮤지컬대상, 제4회 뮤지컬어워드 각각 최우수작품상, 최우수창작뮤지컬상을 포함해 6개 부문에서 수상해 완성도와 흥행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또 2011년 뉴욕 브로드웨이 링컨센터에서 막을 올려 작품성과 대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이처럼 선도적인 창작뮤지컬의 명맥을 꾸준히 잇고 있는 에이콤 인터내셔날은 오는 10월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새로운 작품 개막을 앞두고 있다. 독일 작가 뷔히너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보이체크’는 희곡사의 고전으로 일컫는 수작으로 에이콤 인터내셔날에 의해 세계 최초 뮤지컬로 재탄생된다.

뮤지컬 ‘레미제라블’, ‘미스사이공’을 연출한 맷 라이언(Matt Ryan), 그리고 뮤지컬 ‘라카지’,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음악감독 니겔 리레이(Nigel Liley), 그리고 윤호진 대표가 프로듀서로 나선 ‘보이체크’는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둔 에이콤 인터내셔날의 야심작이다. 아울러 초연 20주년이 되는 오는 2015년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에서 박칼린 초대 음악감독 등 초연의 감동을 이어갈 연출진과 함께 ‘명성황후’의 새 막을 올릴 계획이다.

에이콤 인터내셔날만의 진수는 2015년 개막 예정인 뮤지컬 ‘몽유도원도’를 통해 펼쳐질 전망이다. 삼국사기의 ‘도미부인’ 설화를 모티브로 한 소설가 최인호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몽유도원도’는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시키는 무대 비주얼과 재일동포 작곡가 양방언의 손에서 탄생한 뮤지컬 넘버, 원작의 탐미적 분위기로 일본 시장을 정조준할 계획이다.

이같은 대형뮤지컬만이 아닌 국내 최초 가족뮤지컬 ‘둘리’를 선보였던 에이콤 인터내셔날은 가족뮤지컬 ‘완득이’를 강한 애정으로 내놓았으나 시장의 획기적인 반응을 얻진 못했다. 그러나 중고등학교를 찾아다니며 꾸준히 청소년 관객과 만나고 있다.

에이콤의 의미 있는 행보는 계속된다. 뮤지컬 ‘명성황후’ 그리고 ‘영웅’을 잇는 3부작 뮤지컬로 ‘위안부’를 소재로 다루겠다는 게 윤호진 대표의 전언이다. 국내 뮤지컬의 자존심으로 불릴 에이콤 인터내셔날의 도전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공연예술을 통해 관객에 전달하고 싶은 사회, 역사적인 가치와 그 의미를 향한 걸음은 언제나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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