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파상적 매도공세로 16일 코스피지수가 1380선까지 밀려났다.
조정을 보인 3일동안에만 82.59포인트(5.63%) 속락했고, 시가총액은 40조원(5.57%) 가까히 급감했다.
외국인 매도가 차익실현에서 점차 리스크 관리로 옮겨가고 있으며 글로벌 증시의 모멘텀 약화 및 가격부담이 시장을 급격히 얼어붙게 만든 동인이라는 분석이 주류를 이룬다.
외국인의 매도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가늠키 어려운 상황속에서 급락에 따른 기술적인 반등이 나타나더라도 우선 리스크를 관리하는 보수적 대응이 필요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외국인 '매도' 언제까지 이어지나
외국인은 지난 4월25일 코스피지수가 1430선을 넘어서자 본격적인 '매도' 포지션으로 돌변했다.
지난 9일 1300억원 순매수를 제외하고는 13거래일 연속 매도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 기간동안 2조9400억원이나 팔아치웠다.
이 기간 외국인은 대형주는 매도우위를 보인 반면 중·소형주에 대해서는 매수우위를 기록했다.
코스피 200과 대형주를 각각 3조원 이상 집중 매도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에 대해 1조원 넘게 '팔자'를 기록했으며 이어 전기·전자(6807억원) 운수장비(6304억원) 철강·금속(5231억원) 업종순으로 순매도를 기록했다.
반면, 중형주와 소형주에 대해서는 각각 1110억원, 357억원 매수우위를 나타냈다. 업종별로는 은행 247억원, 의약품 198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종목별로는 현대상선(2910만주)을 가장 많이 팔았고 서울증권(724만주) 코덱스200(508만주) 기아차(419만주) 우리금융(411만주) 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외국인은 쌍용을 805만주 순매수했고 한진해운(306만주) 하이닉스(264만주) 일진전기(257만주) 세신(226만주) 등도 매수우위를 보였다.
◆왜 팔아치웠나
급락의 원인에 대한 여러가지 시나리오가 제시되고 있으나 누구도 외국인의 정확한 매도 이유와 추세에 대해 명쾌한 해석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다만 선물시장의 흐름을 감안할 때 최근 외국인 매도가 리스크 관리차원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최근 국내증시의 급락은 미국 추가적 금리인상 우려와 더불어 정반대의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감, 이머징 마켓에 대한 외국인의 집중 매도 등이 주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이날 지수 급락은 외국인의 수급적 역할이 지배한 것으로 판단된다.
김성범 삼성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지수하락의 원인으로 꼽히던 원자재가격이 급락했음에도 시장의 반응이 좋지 않다"며 "금리인상 불확실성이 시장을 지배하는 가운데 단기적으로 외국인 매도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늘 밤과 내일 발표될 생산자물가지수, 소비자물가지수가 큰 변곡점을 형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강문성 한국증권 연구원은 "미국 인플레이션 우려와 경기둔화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초점을 맞추며 동반 급락했다"며 "상품가격 급등 둔화와 원·달러환율 반등에도 이날 30포인트 이상 하락한 것은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일각에서는 지수가 레벨업 되는 과정에서 늘상 있었던 현상으로 이를 상품가격 강세 및 인플레이션 우려와 연결짓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가 지난 2005년 이후 100포인트씩 레벨업 될 때마다 외국인들은 2조~4조원가량을 매도했었다"라며 "현재 지수조정 폭이 상당한 만큼 외국인 매도세는 곧 진정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미국시장도 딱히 모멘텀을 얻을 수 없는 상황이나 글로벌 최대 경제국으로서 미국시장의 역할은 안정적인 형태를 보여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밝혔다.
한국증권은 ▲대표적 장기투자자인 미국 뮤추얼펀드로의 자금유입에 별다른 균열이 없다는 점 ▲한국증시의 외국인 매도세가 선행돼 나타난다는 점 ▲미국 추가금리 인상에 대해 시장은 오락가락하는 해석을 나타낼 가능성이 크다는 점 등을 들어 외국인의 기조적 매도전환을 예단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단기적 환율모멘텀 변화 및 4월말 이후 투신의 주식형 잔고가 증가세로 반전된 점 등도 지수하락에 가려진 긍정적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중기 조정가능성...'기다림외엔 묘수가 없다'
외국인의 아시아 시장 동반매도 및 글로벌시장이 동반하락함에 따라 제일 먼저 지수하락이 진정되기를 기다려야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발표되는 미국 경제지표를 살피며 외국인 매매 추이 변화를 살피는 대응이 병행돼야 할 전망이다.
안선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국내시장에서는 지난달 말부터 매도를 펼쳐왔지만 아시아증시에서 동반 매도세를 나타낸 것은 지난주 금요일"이라며 "아직 경기둔화를 반영할 만큼 충분한 매도를 펼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미국의 연방금리 추가 인상 등 긴축정책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해 16일과 17일에 발표될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와 소비자물가지수(CPI)를 확인하기 전까지 외국인의 매수세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경기지표 등을 확인하는 것이 급선무이나 장기적으로 본다면 외국인은 내수방어주 중심으로 '매수'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함 연구원은 "미국의 추가금리 인상여부를 확인하기 전까지 외국인 매수에 따른 반등을 기대하기 힘들다"라며 "중기적 조정가능성이 높아져 저점을 확인하기 전까지 보수적 투자가 유효하다"고 밝혔다.
강 연구원은 "발표를 앞두고 있는 물가지수의 시장 예상치가 높은 만큼 컨센서스를 크게 밑돌지 않는 이상 시장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하긴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김성범 연구원은 "CPI 및 미국 소비경기지표의 상승률도 낮았으며 소비자기대지수도 7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전반적으로 불안한 상황"이라며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에서 결국 외국인은 금리인상 여부가 결정될 경제지표를 확인하고 대응할 전망"이라고 판단했다.
결국 외국인의 매도가 국내 시장의 급락을 이끌며 사흘간 코스피지수가 80포인트가 빠졌다는 점에서 기술적 반등을 기대할 수 있으나 단기적 접근만이 유효할 전망이다.
강 연구원은 "국내증시의 수급요인이 크게 작용하며 단기간에 급락했기 때문에 충분히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단기모멘텀을 기대하는 투자자라면 메리트가 발생하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김중현 연구원은 "지수의 하락을 계기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야 할 것"이라며 "수출관련주의 어려움이 계속되는 만큼 비중을 줄이고 내수주로 갈아타는 대응이 필요할 것"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