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왜 ‘연예인’에 쩔쩔맬까 [최두선의 나비효과]

입력 2014-04-06 15:41 수정 2014-04-06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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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김무열(사진 = 뉴시스)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린다”는 말이 있지만 이쯤 되면 거의 변종 대형 미꾸라지다. 그룹 마이티마우스의 상추, 배우 김무열 등 이른바 ‘연예병사’들이 또 군의 사기를 꺾었다. 보고 싶은 엄마 아빠, 사랑하는 여자친구를 사회에 두고 매일 밤 그리움에 편지를 읽고 또 읽는 ‘일반병사’들, 훈련과 일과로 피곤한 몸을 이끌고 하루 한 번 ‘콜렉트콜’로 사랑하는 이의 목소리를 듣는 그들은 6개월 동안 병원 1인실에 누워 휴양을 즐기는 상추를 보며 자괴감에 빠진다.

‘군대란 무엇인가’, ‘난 왜 여기서 삽질을 하고 있는가’ 연예병사를 보면 이런 생각이 절로 든다. 매일 “충성!”을 외치지만 연예병사만 보면 반역을 일으키고 싶다. 도대체 연예인은 얼마나 대단한 ‘빽’을 가졌길래, 얼마나 대단한 사회적 지위이기에 저런 특혜를 누릴까. 짬내 가득한 군복을 입은 내 자신이 참 초라해진다.

사실 연예병사는 지난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위용섭 국방부 공보담당관(육군 대령)은 지난해 7월 “국방홍보지원대에 대한 관리가 미흡했던 것에 책임을 통감한다. 국방홍보지원대에 대한 감사 결과 폐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복 착용, 무단외출, 음주, 휴대폰 사용에 심지어 ‘안마방’이라 일컬어지는 퇴폐업소에 출입한 연예병사들의 군생활이 세상에 공개된 후 단행된 조치다. 국방부는 “치료를 목적으로 방문한 것”이라며 연예병사를 옹호해주다가 여론 비난, 군 사기 저하 등을 이유로 눈물을 머금고 ‘자식 같은’ 연예병사를 폐지했다.

하지만 국방부의 연예인 떠받들기는 여전하다. 왜 국방부는 연예인이라면 쩔쩔매고 있을까. 행사 중 스위트룸을 사용한 연예인, 경찰홍보단이란 명목으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연예병사, 6개월간 1인실에서 치료 받은 연예인, 일반병사보다 많은 휴가일수. 현행 군법은 차치하고 상식적으로 접근할 때 연예인에 대한 국방부의 사랑을 지나치다. 과연 일반병사였어도 파견을 나가 스위트룸에서 잘 수 있는가 말이다.

상상도 할 수 없는 호화 군생활을 즐기고 있는 연예인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 아니다. 군대는 말 그대로 상명하복의 계급사회. 까라면 까야 된다. 연예인들은 사복을 입고 ‘안마방’을 돌아다녀도 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국방홍보원 간부들도 국방부 장관도 그런 그들에게 군법을 적용하지 않았다. 책임은 국방부에 있다.

상추 측은 “군 복무 중 발목 연골 절개와 재생술, 발목 인대 재건술, 골편 제거, 방카르트 병변 수술 등을 받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터미네이터 못지않은 근육을 가진 그가 참 아픈 곳도 많다. 그렇다면 국방부는 상추의 의병 제대를 추진했어야 한다. 2년도 안 되는 군 복무 기간 동안 6개월이나 1인실에 누워 지내게 하는 치료를 제공할 것이 아니었다. 아무리 상추 본인이 만기제대의 의지를 밝혔다고 해도 그 사실 자체만으로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은 명백하다.

좌측 슬관절 내측 연골판 파열 진단을 받은 김무열도 만기제대를 원하며 30일 이상 병가 휴가를 쓰고 있다. 국방부와 김무열 측은 병가 휴가의 정당성을 설명하려 땀을 삐질삐질 흘리지만 그 역시 즉각 의병 제대를 함이 맞다.

상추와 김무열의 병이 왜 생겼는지, 얼마나 깊은지를 따져보기 전에 일반 병사들과 비교를 해보면 국방부의 관대한 대응은 금방 알 수 있다. 식중독에 걸려 의무실에 가도 감기약을 주는 곳이 군대 아니었나. 전국 방방곡곡에서 각기 다른 성격을 지닌 남자들이 모여 하나로 움직이고 같이 먹고 자고 해야 하는 곳이 군대다. 언제부터 군대가 개인의 희망과 편의를 위해 제도와 시설을 이용했나. 국방부는 연예병사의 잇따른 문제가 얼마나 군 사기를 저하하는지 직시하고, 이들의 비상식적인 군 생활을 엄격히 관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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