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나영석, 김태호 PD 왜 안나오냐고? [이꽃들의 36.5℃]

입력 2014-04-06 17:44 수정 2014-04-08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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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창조과학부가 최근 ‘한국판 스티브 잡스 키우기’ 정책을 펼쳐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초중생들은 이번 사업을 통해 SW(소프트웨어) 개발에 관한 조기교육을 받는데, 이를 두고 전문가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기계적 로직, 일종의 C코드와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는 것이 창의적 사고의 경험을 밑바탕 삼아야 하는 아이들에게 얼마나 실효성을 발휘할지 의문이 든다고 날을 세운다.

아이들이 창의성을 배가하는 수단으로 프로그래밍 언어를 익히는 것은 현재의 틀에 갇히게 만드는 우를 범할 수 있고, 더군다나 스티브 잡스와 같은 아이디어 뱅크형 인물은 각종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라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는 소프트웨어를 중시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경직성이 드러난 대표적 사례다. 우리 삶의 다양한 영향을 미치는 대중문화계를 굴러가게 하는 콘텐츠 제작 시스템도 이와 같은 문제점이 노출된다.

우리 방송가를 이끌어온 지상파TV의 아성을 위협하는 케이블 채널과 종편이 보인 최근 약진은 이를 잘 증명한다. 여기에는 지상파 방송사 내부의 경직성, 관료화로 인해 창작에 대한 갈증을 느끼며 비지상파로 적을 옮긴 인력이 판도를 뒤바꾸는 데 주효한 역할을 해냈다. 지난해 인기 돌풍을 일으키며 복고 신드롬을 재현한 tvN ‘응답하라 1994’의 신원호 PD, 일상성을 타파하는 여행이라는 요소에 출연진의 색다른 면모를 결합시켜 높은 공감대를 끌어낸 tvN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의 나영석 PD는 모두 KBS 출신이다. 방송 3회 만에 동시간대 방송된 KBS 드라마 ‘태양은 가득히’의 시청률을 제치며 많은 화제를 낳고 있는 JTBC 드라마 ‘밀회’의 안판석 PD도 지상파 MBC 출신이다. 오디션 프로그램과 경연 프로그램의 과잉 속에서 새로운 음악 프로그램 포맷으로 가능성을 인정받은 JTBC ‘히든싱어’의 조승욱 PD와 신선한 각도의 뉴스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는 JTBC ‘뉴스9’를 이끈 손석희 앵커도 각각 KBS, MBC 출신이다.

이러한 까닭에 각 지상파 방송사마다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의 선구자적인 역할을 한 MBC ‘무한도전’의 김태호 PD와 같은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차세대 인물에 대한 갈구가 대내외적으로 높은 현실이다. 창의적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제작 인력에 대한 수급 부족은 지상파가 갖고 있는 경직화된 인력 시스템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당사자는 물론, 전문가들은 지상파보다 비교적 분위기가 자유롭고 실험성과 독창성을 인정하는 케이블과 종편에서 그 활약이 두드러진다고 역설한다.

방송가뿐 아니라, 최근 급성장한 뮤지컬 산업에서도 소프트웨어, 즉 창작 콘텐츠를 외면한 결과를 맞닥뜨리고 있다. 라이선스 뮤지컬로 외연은 크게 성장했으나, 높은 로열티를 해외 창작자에 지불해야 하는 현실이다. 그야말로 우리 대중문화계 전반이 더욱 힘써야 하는 것은 새로운 콘텐츠 제작을 위한 인력 인큐베이팅 시스템이다. 방송가 역시 창의적인 콘텐츠 마련을 위한 새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와 인큐베이팅 시스템에 대해 고민이 뒤따라야 한다. 그래야 제2의 김태호, 나영석PD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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