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리듬체조의 간판 스타 손연재가 리스본 국제체조연맹(FIG) 월드컵 개인종합에서 생애 첫 금메달을 차지했다. 한국선수로서는 시니어 월드컵에서 따낸 최초의 개인 종합 우승이다.
손연재는 5일(이하 한국시간) 열린 대회 첫 날 후프와 볼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고 이틀째인 6일 경기에서는 곤봉에서 1위, 리본에서는 2위에 올라 개인종합 1위를 차지했다. 네 종목에서 얻은 점수는 71.200점으로 2위 벨라루스의 멜리티나 스타니우타(68.150점)보다 3.050점을 앞섰다.
격려와 칭찬을 받기에 충분한 결과다. 하지만 적지 않은 네티즌은 강력한 우승 후보들이 불참한 가운데 차지한 우승이라는 이유로 손연재의 우승을 애써 폄하하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의 야나 쿠드랍체바와 마르가리타 마문 등 몇몇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지난 주말 이스라엘에서 열린 홀론 그랑프리에 출전함으로써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다.
반사이익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월드컵 무대는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출전하지 않는다 해도 그 자체로 큰 무대다. 선수들은 시즌 대회 일정이 나오면 컨디션 조절 차원에서 출전할 대회들을 선별한다. 그 과정에서 손연재와 다른 우승 후보들간의 일정이 달랐을 뿐이다. 체력적으로 모든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선수는 없다.
또한 이미 손연재는 세계 정상권에 근접한 선수로 지난 모스크바 그랑프리 종목별 결선에서 동메달 3개를 따냈고 슈투트가르트 월드컵에서는 리본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어느 한 종목에 치우치지 않고 고르게 메달을 수확했다. 지난 시즌에도 적지 않은 메달을 수확했던 손연재다. 메달을 따기 위해 혹은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 다른 선수들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오히려 눈치를 봐야한다면 손연재나 다른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아니라 5~6위권에 놓여 있는 선수들이다. 손연재를 포함한 세계 정상급 선수들 중 어떤 선수들이 출전하느냐에 따라 메달 획득 여부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손연재는 앞으로도 강행군을 거듭한다. 12일에는 이탈리아로 무대를 옮겨 페사로 월드컵에 출전하고 이 대회를 마치면 국내에 복귀해 18일에 열리는 전국종별체조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이후 26, 27일에는 갈라쇼를 열어 국내 팬들을 만나는 자리를 갖는다. 리스본 월드컵을 시작으로 3주간 대회에 출전하고 곧바로 갈라쇼까지 치르는 혹독한 일정이다.
강행군을 앞두고 한국 리듬체조 역사상 첫 개인종합 1위에 오른 손연재다. 올해는 인천아시안게임도 열린다. 월드컵이나 그랑프리도 물론 중요하지만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가능성을 보인 만큼 국내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의 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리고 그 목표를 향해 순항하고 있다. 목표를 향해 한 단계씩 나아가는 선수에게 어설픈 논리를 들이대며 그 성과를 폄하하지 말자. 피겨 스케이팅 못지 않게 텃세가 심한 종목임에도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세계적인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자랑스러운 선수가 바로 손연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