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매카트니 내한 공연이 우려되는 이유 [유혜은의 롤러코스터]

입력 2014-04-0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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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팝의 전설’ 비틀스의 폴 매카트니가 오는 5월 28일 드디어 한국을 찾는다. 그의 첫 내한 공연이 확정되자마자 수많은 음악팬들은 환호를 내질렀다. 척박한 우리의 공연 환경 속에서 영영 이루지 못할지도 모른다던 꿈이 마침내 실현됐다.

폴 매카트니의 내한을 성사시킨 주인공은 다름아닌 현대카드이다. 혜성처럼 나타나 ‘슈퍼콘서트’란 브랜드로 공연계 거대 공룡으로 떠오른 곳이다. 2007년 일디보를 시작으로 비욘세, 휘트니 휴스턴, 스티비 원더, 스팅, 레이디 가가 등 내로라하는 팝스타들의 내한 공연을 이끌어 냈다. 이제는 빅스타의 내한을 기다리는 이들이 자연스럽게 ‘슈퍼콘서트’를 떠올릴 정도다.

하지만 ‘슈퍼콘서트’를 통해 폴 매카트니가 한국을 찾는다는 소식에 기쁨과 함께 우려도 생긴다. 2년 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펼쳐진 레이디 가가 공연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폴 매카트니의 공연이 열릴 곳과 같은 장소다.

당시 전세계를 강타한 팝의 아이콘 레이디 가가의 내한 소식에 잠실벌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국내 팬들은 물론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들까지, 4만 5000여 명의 관객이 몰려들었다. 흥행만을 놓고 보면 1996년 마이클 잭슨 내한 공연 이후 최대 관객 동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공연 환경은 흥행에 미치지 못했다. 먼저 4만 5000명의 인파를 상대하는 진행요원들이 그 이름에 충실하지 못했다. 무엇을 물어도 제대로 대답해주는 것이 없었다. 입장하는 곳이 어디인지 묻는 기본적인 질문에도 난처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공연장에 대한 사전 교육을 받았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간신히 입장한 후에도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공연을 위해 지어진 곳이 아닌 만큼 음향 수준이 좋지 않을 것이란 점은 미리 예상했던 부분이었다. 문제는 관객 배려였다. 타원형의 주경기장에서 되도록 많은 관객의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주경기장을 가로로 가로지르는 무대를 세워야 했다. 허나 어떤 영문인지 무대는 세로로 세워졌고, 이는 객석과 무대의 거리를 하염없이 멀게 만들었다.

게다가 스크린은 터무니없이 작아서 도대체 무대에서 어떤 광경이 펼쳐지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선박 컨테이너 40여 개와 전세 비행기 2대 분량의 장비로 만들었다는 무대를 제대로 감상한 이들은 얼마 되지 않았다. 좌석은 마치 레이디 가가가 출연하는 라디오 방송을 듣는 느낌이었다. 그것도 음질이 좋지 않은 라디오 말이다.

현대카드 정태영 사장은 올해 초 자신의 SNS를 통해 “어떤 해외가수가 한국 공연을 결정하고 현대카드에 연락을 줬다”고 밝히며 “공연 완판은 너무 확실한 아티스트지만 슈퍼콘서트에도 영혼이 깃들어야 할 때라 패스했다”라고 자신만만한 글을 남겨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의 말처럼 폴 매카트니의 내한 공연에 영혼이 깃들길 바란다. 레이디 가가의 악몽이 더 이상 떠오르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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