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대그룹 상장사들의 기부금 9237억원 중 절반 이상을 삼성그룹이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재벌그룹의 경영실적 양극화 현상이 기부금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7일 금융계열사를 포함한 10대그룹 상장사 93개사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부금은 9237억원으로 전년 9209억원보다 0.3% 증가했다. 당기순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은 1.5%로 전년대비 변화가 없었다. 10대그룹 상장사의 작년 당기순이익 합계는 62조7141억원으로 전년 62조3463억원보다 0.6% 늘어나는데 그쳐 예년 수준의 기부에 나선 것으로 평가된다.
10대그룹 중 삼성과 롯데 단 두 곳만이 전년대비 기부 규모를 늘린 반면 전년대비 기부금을 줄인 8개그룹 중 현대차와 SK, LG는 당기순이익이 늘었음에도 기부금이 감소했다.
삼성그룹 17개 상장사의 지난해 기부금은 5116억원으로 전년 3848억원보다 32.9% 급증해 10대그룹 중 규모가 가장 컸다. 순이익 합계는 32조2784억원으로 전년대비 6.9%에 그쳐 기부금 증가폭이 순이익 증가율을 크게 웃돌았으며 순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은 1.3%에서 1.6%로 늘었다.
기업별로는 삼성전자가 전년 1728억원에서 4053억원(134.5% 증가)으로 기부금을 늘려 그룹내는 물론 93개 상장사 중에서도 독주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전년대비 순이익이 증가한 삼성전자와 제일모직 등을 제외하고 삼성그룹 내 대다수 상장사의 순이익이 전년대비 20~90% 가량 줄었으나, 순이익 감소폭이 컸던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증권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 전년보다 기부금이 증가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9조5060억원으로 전년대비 5.3% 늘었으나 기부금은 1165억원으로 1.4% 감소했다. 순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은 0.6%에 그쳐 10대그룹 평균치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기업별로 그룹 주력사인 기아차의 기부금이 전년대비 24.3%, 현대차는 5.2% 증가했다.
SK그룹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흑자전환에 힘입어 당기순이익이 5조2447억원으로 전년대비 35.2% 급증했지만 기부금은 920억원으로 13.7% 감소했다. 지난해 2조8725억원으로 흑자전환한 SK하이닉스의 기부금은 전년 26억원에서 29억원으로 3억원 느는데 그쳤다. 이보다 낮은 1조639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SK텔레콤이 전년보다 22.7% 줄어든 598억원의 기부를 해 그룹내에서 규모가 가장 컸다.
LG그룹은 순이익이 9.4% 늘었으나 기부금이 13.8% 줄어든 반면 롯데그룹은 순이익이 13.3% 줄었음에도 기부금은 1.5% 늘렸다. 지난해 업황 부진에 순이익 감소폭이 각각 45.0%, 86.9%를 기록한 포스코, 현대중공업그룹은 전년보다 31~66% 줄어든 447억원, 325억원을 기부했다.
GS건설의 어닝쇼크에 그룹 합산 순이익이 적자로 돌아선 GS그룹은 전년보다 12.4% 줄어든 78억원을 기부했다. 한진그룹은 순손실 규모가 6000억원대에서 1조1000억원대로 적자폭이 커졌음에도 전년대비 24.5% 줄어든 185억원을 기부해 GS그룹보다 금액이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