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계열사 재편] ‘패션·건설·레저’ ‘소재’ ‘화학’…미래 생존퍼즐 맞추기

입력 2014-04-07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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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패션’ ‘종합화학+석유화학’ 등 합병

삼성이 계열사를 ‘붙이고, 쪼개는’ 대대적인 사업 조정에 나섰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사업 효율화를 위한 새판짜기의 연장선상이다. 효율성이 떨어지는 사업 부문을 축소하거나 정리하고 과감한 투자로 미래 성장엔진이 될 신사업을 적극 육성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은 지난해 제일모직에서 직물·패션 사업을 떼어내 삼성에버랜드에 넘기고 제일모직을 첨단 소재기업으로 변신시키는 1단계 작업에 들어갔다. 이와 동시에 패션사업을 매각해 확보한 투자재원으로 제일모직은 독일의 OLED 소재업체인 노발레드를 인수했다. 당시 업계는 제일모직이 사명을 바꿔 독자적인 기업으로 키울 것이란 관측도 있었으나 결국 합병으로 결론이 났다. 지난달 31일 제일모직을 2차전지·디스플레이 업체인 삼성SDI와 합병하는 대규모 사업재편을 결정한 것. 오는 7월 합병이 완료되면 삼성SDI는 연매출 10조원, 자산규모 15조원의 거대 계열사가 된다. 직원도 1만4000여명에 달한다. 삼성은 제일모직 첨단소재 사업과 삼성SDI의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 간 연계를 통해 합병회사를 2020년 매출 29조원 규모의 세계적인 소재·에너지 회사로 키운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이번 합병을 통해 삼성SDI는 제일모직이 보유한 배터리 분리막과 다양한 소재 요소기술을 내재화해 배터리 사업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삼성SDI는 또한 다양한 고객 네트워크와 마케팅 역량을 활용해 제일모직의 합성수지를 기존의 전자·IT 시장 위주에서 자동차용 시장으로 확대할 수 있게 됐다.

이에 앞서 삼성은 지난해 제일모직을 중심으로 한 그룹 사업재편을 하면서 삼성SNS를 삼성SDS와 합병했다. 지주사인 삼성에버랜드는 건물관리업을 삼성에스원에 양도하고 급식업을 삼성웰스토리로 분리했다. 이에 따라 에버랜드는 건설·급식·레저업에서 패션·건설·레저업으로 사업구조를 조정했다. 삼성코닝정밀소재는 대주주인 삼성디스플레이가 보유 지분 전량을 미국 코닝사에 매각함으로써 삼성그룹과 결별 수순을 밟았다.

삼성은 화학 계열사의 새판짜기에도 돌입했다. 지난 2일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이 합병을 결의한 것. 합병회사의 사명은 ‘삼성종합화학’이다. 두 회사는 오는 18일 주주총회의 승인을 거쳐 오는 6월 1일까지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삼성 측은 “현재 석유화학 산업은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로 산업 위축, 중국의 석유화학제품 자급률 증가, 셰일 가스 영향 등으로 회복 시기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삼성종합화학, 삼성석유화학은 이러한 대내외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지속 성장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그룹 내 합종연횡은 이어질 전망이다. 가장 먼저 삼성테크윈의 반도체부품 사업부문 분사가 유력하다. 삼성테크윈은 지난달 “반도체부품 사업부 분리 등을 포함, 사업 재편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대대적인 사업 조정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그룹 성장을 이끌어온 전자 계열사들이 최근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둔화에 직면하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이 올 들어 전사적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마하경영’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불확실성 속에서 변화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시장과 기술의 한계를 돌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은 최근 온라인 사보인 ‘미디어삼성’에 마하경영 특집기사를 5회에 걸쳐 게재하며 임직원을 대상으로 마하경영의 개념을 교육하기도 했다. 마하경영은 제트기가 음속을 넘어서려면 기초부터 모든 것이 바뀌어야 하는 것처럼, 시장과 기술의 한계를 넘어 초일류 기업으로서 지속적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회사의 체질과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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