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31일 발생한 전남 여수국가산단 내 GS칼텍스 원유2부두 기름 유출사고 당시 GS칼텍스는 늑장대응으로 피해를 키웠다. 당시 GS칼텍스는 사고 사실을 해경에 뒤늦게 신고했다. 사고는 31일 오전 9시 35분에 발생했지만 해경에 기름 유출 신고가 접수된 것은 30분 뒤인 10시 5분이었다. 이 때문에 유출된 기름의 확산 방지를 위한 추가 오일펜스의 설치가 늦어져 초기 방제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GS칼텍스는 기름 유출량을 축소 보고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사고 당일 GS칼텍스는 해경에 기름 유출량이 800ℓ로 추정된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해경은 사고 발생 이후 3일 뒤 GS칼텍스의 추정치보다 205배나 많은 164kℓ가 유출됐다고 추정했다.
지난해 안전사고가 잇따른 현대제철도 늑장대응을 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해 5월 충남 당진의 현대제철에서는 전로 보수공사를 벌이던 근로자 5명이 가스 누출에 따른 산소 부족으로 숨졌다. 그러나 당시 고용주인 한국내화 측은 사고 발생 뒤 4시간이 지나서야 노동청에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사업주는 중대 재해가 발생한 사실을 아는 즉시 담당 지방고용노동관서의 장에게 보고해야 한다. 그러나 당시 현대제철에서 안전사고가 빈번하면서 사고를 축소하기 위해 신고가 늦어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재빠른 대응으로 사고의 파장을 줄인 사례도 있다. 이웅렬 코오롱 회장은 올해 2월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사고 당시 즉시 현장으로 달려가 “이번 사고로 고귀한 생명을 잃은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부상자와 가족에게도 엎드려 사죄한다”고 밝혔다. 또 현장에 사고대책본부를 꾸려 대응책 마련에 적극 나섰다.
재계 관계자들은 사고가 발생할 경우 최대한 빨리 공식 대응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럼에도 대응 속도에 차이가 나는 것은 기업 간 안전사고에 대한 사전 준비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일련의 사건·사고에 대해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최대한 빨리, 공개적이면서도 합리적 과정을 통해 수습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대응 속도에 차이가 나는 것은 해당 기업이 사고에 대한 대응 매뉴얼을 사전에 충실하게 갖췄는지, 아니면 갖추지 않았는지에 따라 판가름 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