훤칠한 키(187CM)와 뚜렷한 이목구비, 신비감이 느껴지는 묘한 눈빛으로 2014 F/W 서울패션위크 무대를 장악한 한 남자 모델이 있다. 솔직함과 뚜렷한 자기주관에 유쾌한 매력까지 더해 주위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매력을 가진 그는 바로 모델 김태환이다. 김태환은 이번 시즌 15개의 쇼에서 다양한 디자이너의 옷을 입고 마음껏 자신의 기량을 뽐냈다. 그의 모델 세계는 어떨까. 지난 4일 모델 김태환을 만나 패션위크 후기와 그의 모델이야기를 들어봤다.
“DDP(동대문 디자인플라자)로 장소가 바뀌어서 기대됐다. 쇼 장을 DDP의 절반도 사용하지 못해 아쉽긴 했지만 빌딩숲에서 하는 것보다 공원으로 꾸며져 있어 축제분위기가 났고 더 즐거웠다.”
그는 이번 서울패션위크에서 가장 만족도가 높은 쇼로 이상현 디자이너의 레이(LEIGH)를 꼽았다. 깔끔하고 모던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레이의 콘셉트와 김태환의 이미지와 잘 맞아 떨어져 완벽한 무대를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김서룡 쇼에서도 카리스마 있는 면모를 드러내며 슈트를 멋지게 소화했다.
“레이는 저에게 조금 특별하다. 데뷔무대가 2013 S/S 서울패션위크 레이 쇼였다. 이번에도 피날레 무대에 섰다. 레이는 룩북도 찍고 줄곧 함께 작업을 해왔기에 나와 밀접도가 높다. 김서룡 디자이너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우아하고 멋있다.”
이번 서울패션위크에서는 웃픈일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일)도 발생했다. 리허설 때 계획된 동선대로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아 본무대 피날레쇼에서 원활한 워킹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
“이상현 디자이너의 레이쇼때 외국인 모델 두 명이 있었다. 마지막에 모델이 모두 런웨이로 나갔고 암전이 되면 양갈래로 나뉘어 들어와야했다. 그러나 외국인 모델와 사인이 맞지 않아 한쪽만 들어오고 다른 한쪽은 우두커니 서있게 됐다. 쇼가 끝나고 백스테이지 분위기가 안 좋았다.”
김태환은 매사 집중력 있게 일을 해나갔고, 단시간(약 2년)에 톱모델 반열에 올라서며 패션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특히 꼼꼼하고 완벽주의에 가까운 성격과 자기 직업에 대한 열정과 욕심이 그를 급속도로 성장시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처음에 얼굴이 조금 애매하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다양한 느낌의 얼굴을 가질 수 있을까. 적재적소에 맞는 얼굴표현을 위해 연구를 많이 했다. 사진도 엄청 찍었다. 나 자신 스스로 파악하고자 노력했던 것 같다.”
특히 김태환은 데뷔 2년 만에 해외무대까지 진출했다. 김태환의 힘든 해외도전기 스토리에는 그의 끈기와 열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무작정 프랑스 파리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계산 없이 그냥 하고 싶어서 갔다. 낯선 환경에 적응되지 않았다. 파리와 이탈리아 밀라노를 오가며 하루에 약 15개의 캐스팅을 다녔다. 계획된 동선으로 다녀도 캐스팅을 보기 힘들다. 2시간을 기다렸는데 워킹한번 보고 ‘땡큐 바이(thank you, bye)’ 했다. 한 곳에는 300여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3일 동안 아무것도 못 먹은 적도 있다. 새벽에 나가서 약 15개의 캐스팅 오디션을 다녔고, 다음날 쇼무대에 섰다. 또 다음날 캐스팅을 다녔다.”
그는 7~8kg정도 자연스레 감량해가며 고군분투한 결과 해외 진출 첫 시즌 2014 S/S 파리컬렉션 5개, 밀라노 컬렉션 8개 총 13개의 무대에 설 수 있었다. 대단한 결과였다. 2014 F/W 밀라노컬렉션에서는 모든 남성의 선망의 무대인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 디스퀘어드 쇼에 동양인 최초로 서는 쾌거를 거뒀다.
“정말 치열하다. 브랜드 특징과 디자이너의 성향을 파악했고, 짧은 시간이지만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을 캐스팅디렉터에게 다 보여주고자 했다. 해외 에이전시에서 스케줄을 조율하는데 놓치는 쇼도 많다. 에이전시가 스케줄 조율을 잘 못해서 ‘2014 F/W 질 샌더’ 쇼를 서지 못했다. 아쉬웠다. 쇼에 서면 항상 재미있고 즐겁다. 나만의 매력을 가진 개성 있는 모델이 되고 싶다.”
이뿐만 아니다. 김태환은 예술적 감각도 뛰어나다. 신발디자인, 작곡, 태권도 4단 보유 등 예체능 분야에서 남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다.
“신발을 워낙 좋아한다. 신발을 좋아하니 직접 만들어 보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그래서 신발 디자인 공부를 하게 됐다. 디자인 스케치도 하고 있다. 음악도 좋아한다. 음악을 하고 싶어서 작곡 공부를 하고 있다. 태권도는 4살 때부터 했다. 아버지가 태권도 관장으로 태권도장을 20년 넘게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자연스레 태권도를 하게 됐다. 지금도 틈틈이 도장가서 연습을 한다. 어머니가 ‘모델이 안됐으면 태권도 선수가 됐을 것’이라고 하더라.(웃음)”
그는 지난해 11월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밀라노 특집에도 출연했다. 당시 김태환은 김영광 김한수와 함께 출연해 모델로서 매력을 뽐냈고 포털 실시간 검색어까지 장악했다.
“‘무한도전’에 출연한 뒤 사람들이 많이 알아봐주셔서 신기했다. 아무리 많은 화보를 찍고 런웨이에 서도 평소에 잘 몰라본다. ‘역시 국민 프로그램이구나’ 생각했고, 프로그램의 인기를 실감했다.”
김태환은 남자 모델로서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자 한다. 끊임없이 자신을 뒤돌아보고 문제점을 분석하고 스스로 발전시켜 나가는 김태환이 어떤 모습으로 세계적인 톱모델로 성장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