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현 만도 부회장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핵심 사업 분야를 존속법인인 한라홀딩스에 이관하고 상당 규모의 부채를 떠안은 신 부회장은 만도를 환골탈태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7일 만도는 투자사업 회사 한라홀딩스(존속회사)와 제조사업 회사 만도(신설회사)를 인적 분할하고 지주회사 체제로 바꾼다고 공시했다. 한라홀딩스는 현금성 자산 5010억원 중 4500억원을 가져오는 반면 만도는 1조2800억원에 달하는 부채 중 70%인 8923억원을 넘겨 받았다.
이 같은 결정이 내려진 다음날 만도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졌다. 거래량도 157만주로 전날보다 20배 넘게 급증했다.
시장이 부정적으로 반응한 것은 만도가 갖고 있는 현금이 한라의 재무구조 개선에 사용될 것이란 점과 사업 자회사로서 수익성이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란 이유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 입장에선 신 부회장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그룹 맏이 격인 한라가 인공호흡을 하는 동안 만도를 잘 키워줘야 하기 때문이다.
구원투수로 나선 신 부회장은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유동성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나가야 하는 이중과제를 안은 셈이다.
정 회장이 신 부회장을 구원투수로 내세운 것은 신 부회장이 만도를 소생시켰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정 회장에게 신 부회장은 그만큼 믿을 만한 인물인 셈이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한라그룹에서 떨어져 나온 만도는 외국계 사모펀드에 팔렸다가 2008년 다시 한라그룹에 편입됐다. 약해질 대로 약해진 만도를 다시 취한 정몽원 회장은 다시금 실적을 끌어올렸다.
만도의 지난해 매출액은 5조6338억원으로 전년 대비 11.4%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3130억원으로 20% 넘는 성장을 했다.
이때 해외사업을 책임지며 만도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주역이 바로 신 부회장이다. 즉 성일모 만도 수석사장이 국내사업을 총괄하고 신 부회장은 해외사업을 책임지며 만도의 해외시장 경쟁력을 키운 핵심 인물이다.
이런 믿음 때문일까. 최근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신 부회장 재선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정 회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대표이사에 앉혔다.
신 부회장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과 저성장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 향후 100년의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한라홀딩스 주식은 오는 10월 초 증권거래소에 변경 상장되고, 제조전문회사로 독립하는 만도 주식은 상장심사를 거쳐 같은 시기에 재상장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