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속 판타지, 현실남녀의 자화상은? [이꽃들의 36.5℃]

입력 2014-04-14 06:50 수정 2014-04-20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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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남주’란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이제는 우리 청춘 드라마 속 꼭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코드다. 여주인공의 곁에서 모든 어려운 일에 발 벗고 나서서 해결하는 능력자임은 물론, 끝없는 사랑을 표현하는 ‘서브남주’들은 오히려 남자주인공보다 여성 시청자의 애정을 독차지하며 그 매력을 크게 부각받고 있다. SBS ‘별에서 온 그대’ 박해진, tvN ‘응답하라 1994’ 유연석부터 tvN ‘로맨스가 필요해’ 남궁민, tvN ‘응급남녀’ 이필모까지. 이전에는 이렇다할 매력을 드러내지 못했던 스타들도 그 캐릭터의 매력에 여성 시청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다.

또, 요즘 인기 드라마의 코드는 바로 ‘연상연하’ 커플이다. 이전에도 있어왔던 연상연하 커플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남자가 연하, 여자가 연상. 나이 차이도 크다. JTBC ‘밀회’의 김희애와 유아인은 첫 방송 전부터 그 소재와 조합만으로 큰 화제몰이를 톡톡히 했다. tvN 새 드라마 ‘마녀의 연애’의 엄정화와 박서준도 10살 차이 연상 연하 커플을 그려내며 바통을 이어받았다. 요즘 40~50대 중년 여성들은 ‘밀회’의 유아인에 주목하고, 김희애의 진도에 몰입한다. 20, 30대 여성들도 유아인의 파격에 흥미로운 시선을 보낸다.

현실 속에 없는 판타지다. 현실엔 ‘서브남주’는 없다. 결혼을 위해 제 집 장만이 우선시 되는 현실 속에 젊은이들은 한 사람과의 제대로 된 사랑도 이어나가기 벅찬 상황이다. 진실된 사랑 찾기는 그만큼 어려워진다. 나이 차이가 큰 연하의 남성과의 사랑은 일상의 것과 거리가 멀다. 현실에서 겪는 어려움과 정반대선상에 있는 이 같은 코드들은 여성 시청자에 크게 소구하고 있다.

드라마뿐 아니다. 13일 방송된 SBS 예능 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서바이벌 오디션 K팝스타 시즌3’에서는 기대 속에 최종 우승자가 가려졌다. 접전 끝에 버나드 박이 샘 김을 제치고 우승을 거머쥐었다. 서인국, 허각, 로이 킴을 이은 새로운 오디션 프로그램 히어로가 탄생했지만, 거듭되는 오디션 프로그램 속에서 여성 출연자의 활약은 참 드물다는 인상은 지울 수 없다. 서강대학교 원용진 교수는 “오디션 프로그램은 여성 수용자가 얼마나 지갑을 잘 여는지, 여성 경쟁자는 섹시미나 절대 용모를 가지지 않고선 입상되기가 힘들다는 것을 고해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미디어와 현실의 간극은 더욱 커질수록, 왜곡된 인상을 심어주기 쉽다는 것이다. 그 판타지를 형상화한 미디어를 통해 이러한 지점은 현실 속 화두로 떠오르지만, 여성의 욕망을 바라보는 타자의 시선과 여성 스스로가 제단하는 지점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건강한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이 절실한 이유다.

일상성의 것들은 더욱 천대받고, 자극적으로 위안을 삼는 사회적 현실을 미디어가 재촉하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남자스타만 발굴되는 것은 정상의 범주인가. 미디어의 모습은 화해하기 어려운 현실로 향하는 우리 사회의 남성과 여성의 문제를 투영할 수 있다.

한 산부인과 의사는 저질스러운 여성 비하 발언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쏟아냈다. 여성 증오로 무장해 “더 못 죽여 아쉽다”며 제2의 유영철을 모방한 20대 공익요원의 사건은 방송을 막 시작한 tvN 드라마 ‘갑동이’와 빼닮았다. 우리의 인식은 어디에 머물러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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