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이 국내 유일한 항공방위산업체이자 한국형 전투기 개발업체인 KAI(한국항공우주산업)로부터 100억원대의 관세를 징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방산업계 등에 따르면 관세청은 올해 초 KAI가 미국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으로부터 수입하는 ‘T-50 고등훈련기 항공전자 소프트웨어개발 및 지상시험장비’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원산지 규정을 위반했다고 통보하고 105억원의 관세를 추징했다.
T-50 고등훈련기는 KAI와 미국 록히드마틴사가 1997년부터 2006년까지 약 2조원을 들여 공동 개발했으며 한국의 자체기술로 개발한 국내 최초의 초음속 전투기다.
개발비는 한국 정부가 70%, 한국항공우주산업이 17%, 록히드마틴이 13%를 각각 부담했고, 2005년 10월 공군에 처음 배치됐다.
T-50은 세계 최초로 100% 컴퓨터 설계 프로그램을 활용한 최신 항공전자 장비를 장착해 디지털로 비행제어를 할 수 있다.
KAI는 2012년 7월 이 장비를 록히드마틴에 1000억원이 넘는 비용을 지급하고 수입했다. 2012년 3월 발효된 한·미 FTA에 의해 면세 특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세청은 지난해 7월 이 시스템을 구성하는 부품들에 대한 원산지 검증을 벌인 뒤 적합 기준에 미달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KAI 측에 이를 소명할 수 있는 증빙 자료를 요구했다.
KAI 관계자는 “관세청이 한 달 내 소명을 요구했으나 구성 부품이 7000여개여서 각 부품이 원산지가 미국이라는 입증 자료를 갖출 시간이 부족했다”며 “록히드마틴이 아니면 제작할 수 없는 장비로, 원산지가 미국이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KAI는 지난 2월 관세청이 추징한 세금 105억원을 우선 납부했지만, 이달 안에 록히드마틴사와 공동으로 자료 준비를 끝내고 환급을 청구하는 불복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해당 장비와 부품의 최종 제조공정이 미국에서 수행된 것은 맞으나 FTA 관세 특혜를 받으려면 세번변경(관세율 표상 분류된 상품 번호가 바뀌는 것) 등 원산지 규정의 세부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