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화석연료인 석탄이 청정에너지로 변모하고,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플라스틱 원료로 사용한다.”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현재 석유화학 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관련 업체들은 발상의 전환을 통해 기발한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탈바꿈시키며 먹거리를 창출해내고 있다.
가장 대표적 사례가 SK이노베이션이 석탄으로 만든 청청에너지(그린콜)와 이산화탄소로 만든 친환경 플라스틱(그린폴)이다. SK이노베이션은 우선 그린콜을 통해 공해로 인식되고 있는 석탄의 개념을 바꿨다. 그린콜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임에도 공해 문제로 활용도가 낮은 저급 석탄을 가스화 공정을 통해 불순물을 제거한 화학 제품이다. 특히 부존량이 석유의 3배에 달하는 저급 석탄은 그린콜 기술을 통해 미래 신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2008년부터 기술 개발에 착수한 SK이노베이션은 2~3년 내 기술의 상용화를 목표로 막바지 연구개발에 한창이다. 국내 유수의 연구기관과 기업, 대학을 연계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기술 개발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09년 7월 당시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포스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고등기술연구원 등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청정 석탄에너지 공동 개발을 위한 협력체계’를 구축한 바 있다.
이 소재는 연소할 때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돼 그을음 등 유해가스가 발생되지 않고 깨끗하게 연소되는 특성이 있어 화재 발생 시 피해 최소화와 환경오염에도 일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분해성, 무독성, 청정 생산공정 등 친환경적 특성 외에도 투명성, 차단성 등 기존 범용수지 대비 강점도 많다. 그린폴은 향후 건축용 자재, 포장용 필름, 식품 포장재 등에 우선적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 기술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회수해 촉매 기술을 적용, 실생활에 유용한 플라스틱 제품”이라며 “플라스틱 원료인 나프타의 사용 절감과 함께 탄소배출권까지 확보하는 획기적 친환경 신소재 기술로 평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GS칼텍스도 에너지 혁신 개발 흐름에 합류했다. 회사는 그린화 및 차세대 연료개발을 목표로 ‘바이오부탄올’ 생산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바이오부탄올은 바이오디젤, 바이오에탄올과 함께 3대 바이오 에너지로 불리며 차세대 연료로 주목받고 있다. 바이오에탄올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높고 엔진의 개조 없이 휘발유 차량용 연료로 사용이 가능해 기존 연료의 수송과 저장 인프라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GS칼텍스가 개발 중인 바이오부탄올은 폐목재 같은 나무에서 원료를 뽑아내는 방법이다. 이는 폐목재, 볏짚, 잉여 사탕수수 등 비식용 바이오매스를 이용해 대량의 부탄올을 생산하는 기술로 기존 곡물을 이용한 부탄올 생산과는 차별화됐다. 과거 식용 바이오매스를 이용한 바이오연료는 곡물가격 상승, 삼림 파괴 등으로 더 이상 개발되지 못했다.
특히 바이오부탄올은 고유가 시대에 석유를 일정 부분 대체할 수 있는 연료로 다시 부각하고 있어 업계에서는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 비식용 바이오매스를 이용한 개발이 추진 중이다. 더불어 바이오연료 시장은 고유가, 에너지 안보의 필요성, 환경오염 규제 강화 등의 복합적 요인에 의해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GS칼텍스는 2007년부터 자체 연구를 통해 바이오 부탄올 양산에 필요한 ‘발효-흡착-분리정제’ 통합 공정 기술을 확보했다. 또 KAIST, 광운대, 한국화학연구원 등과 공동으로 바이오부탄올 생산균주 개발 등 핵심 기술을 확보했다.
GS칼텍스 측은 “친환경 경영을 통한 기존 사업의 그린화 및 차세대 연료개발을 통해 미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바이오부탄올을 뽑아내는 균주(미생물) 개발뿐만 아니라 발효 및 분리정제 공정 개발에서도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