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 백혈병 산업재해 의심 논란과 관련한 협상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모습이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16일 “백혈병 논란 해결 제안서를 준 심상정 의원, 반올림(반도체 재해 관련 단체), 피해자 가족 측의 제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현재 대단히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삼성전자 측은 지난 14일 반도체 백혈병 가족 측 제안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김준식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부사장)은 “이른 시일 내에 삼성전자의 경영진이 (심상정 의원 측의) 제안에 대한 공식 입장을 말씀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심상정 의원 측이 삼성전자의 공식 사과와 제3의 중재기관을 통한 보상안 마련, 재발방지 대책 등 3가지 내용을 담은 제안서를 접수한 데 따른 반응이었다.
현재 삼성과 심상정 의원 측이 부딪히는 것은 제3의 중재기관을 설치하는 부분이다. 삼성전자가 “진지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이후 반올림 측에서 제3의 중재기관에 대해서 합의한 바 없다고 밝혔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심상정 의원, 반올림, 피해자가족 등 3자가 같이 기자회견을 열고, 제3의 중재기관 설치 내용을 포함한 제안서를 공동명의로 접수했다”며 “이제 와서 반올림이 합의한 게 아니라고 하니 혼란스러울 뿐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3의 중재기구를 설치하자는 것도 우리가 제안받은 것인데 오히려 삼성이 이를 빌미로 제대로 된 협상을 피하려고 한다는 식으로 비쳐 당황스럽다”고 강조했다.
한편, 백혈병 의심 논란은 2007년 3월 삼성전자 기흥반도체 공장의 여성 노동자 황유미씨가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한 뒤 벌어졌다. 2007년 11월 ‘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진상규명과 노동기본권 확보를 위한 대책위원회(반올림)’가 발족했고, 이후 백혈병 피해자들의 산업재해 신청과 행정소송 등이 잇따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반올림과의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측은 반올림이 피해자 및 유가족을 대표할 위임장을 요구했지만, 반올림 측이 위임장과 상관없이 교섭 주체로 인정해 달라고 맞서 협상이 결렬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