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가전 중견기업, 물고 물리는 특허전쟁

입력 2014-04-1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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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홈쿠첸-쿠쿠전자 ‘밥솥분쟁’

국내 생활가전 중견기업들의 기술 분쟁이 치열하다. 특히 업계 선두를 지키려는 1위 업체들의 특허 견제로 맞수 기업 간 소송전이 잇따르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리홈쿠첸과 ‘전기압력보온밥솥의 증기배출장치’ 관련 특허무효심판에서 패소한 쿠쿠전자가 항소를 검토 중이다. 전기압력밥솥 분야에서 독자적 기술을 개발해온 쿠쿠전자는 특허권 권리침해 모델이 늘고 있는 만큼 ‘제대로 된 권리’를 찾겠다는 입장이다. 쿠쿠전자는 지난해 6월 리홈쿠첸을 상대로 특허권 침해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바 있다.

쿠쿠전자 관계자는 “리홈쿠첸과 진행 중인 특허무효심판 소송은 증기배출장치뿐 아니라 분리형 커버 안전장치와 관련해서도 진행하고 있다”면서 “아직 분리형 커버 안전장치에 대한 판결이 나오지 않아 리홈쿠첸과의 특허무효심판 소송의 승패가 결정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 15일엔 청호나이스가 경쟁사 코웨이를 상대로 자사의 얼음정수기 특허 기술을 침해했다며 100억원 상당의 특허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청호나이스가 2006년 개발 특허를 취득한 ‘증발기 1개로 얼음과 냉수를 동시에 만들 수 있는 냉온정수시스템’을 코웨이가 2012년 얼음정수기 ‘스스로살균’을 출시하면서 도용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코웨이 관계자는 “청호나이스에서 주장하는 특허는 설계 당시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며 “이번 기회에 차별성을 입증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따라 코웨이가 청호나이스를 상대로 특허무효심판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 밖에 위닉스와 위니아만도는 에어워셔 특허 침해로, 코웨이와 동양매직은 초소형 정수기 디자인 침해로 소송에 휘말려 있다. 지난해 말엔 중소기업 바디프랜드가 동양매직을 상대로 안마의자 렌털시스템 모방건으로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생활가전 중견기업 간 서로 물고 물리는 소송전이 잇따르고 있는 셈이다.

C특허조사기관 관계자는 “애플과 삼성 특허전을 계기로 국내 지적재산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다, 고객들이 겹치는 생활가전업계 특성상 특허가 1, 2위 업체 간의 견제 도구로도 사용되고 있다”며 “특히 기술력을 내세우는 업체일수록 자사 PR를 위해서도 특허 소송을 남발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엔 중견기업들이 급성장 중인 중소기업을 견제하기 위해 특허 소송을 남발하는 경우도 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중소기업학회 홍재범 기술혁신분과장은 “중견기업들은 대기업에 비해 사회적 감시가 미약한 만큼 중견·중소기업 간 특허 분쟁을 사전 중재해 줄 수 있는 정부의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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