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총수 일가 못지않게 중견기업도 비상장 계열사를 통해 막대한 배당 이익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주주운동 컨설팅업체 네비스탁에 따르면 제습기와 공기청정기 제조업체로 유명한 위닉스의 관계사 위니맥스는 지난해 연간 순이익(76억원)을 초과한 80억원을 현금배당했다.
위니맥스는 위닉스가 만드는 제품의 판매와 사후관리(AS)를 맡는 비상장사다. 현재 윤희종 위닉스 대표이사의 아들 윤철민 씨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곧 배당금 전액이 윤철민 씨의 몫으로 고스란히 돌아간 셈이다.
이처럼 위니맥스가 고배당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위닉스의 실적 호조 덕분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위니맥스는 지난해 위닉스에서 사들인 제품 164억원어치를 유통해 매출액 1719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됐다.
앞서 위닉스는 지난 2011년만 하더라도 순손실 40억원이 났던 회사다. 하지만 제습기와 공기청정기 ‘에어워셔’가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2012년 54억원, 2013년 151억원으로 순이익이 급증했다.
뿐만 아니다. 지난해 초 5000원대에 머물렀던 주가는 불과 1년 만에 1만7000원대로 ‘껑충’ 뛰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기업가치 성장의 수혜는 위닉스 주주보다 위니맥스가 더 크게 누렸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계면활성제와 특수산업용 유화제를 생산하는 중견기업 한농화성도 비상장 자회사가 고배당을 실시한 것으로 드러나 적잖은 논란이 되고 있다.
한농화성이 생산하는 화약약품의 도매·운송을 맡는 경산은 지난해 당기순이익(30억원)의 두 배가 넘는 70억원을 현금배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산은 김응상 한농화성 대표이사의 아들인 김성빈 씨가 지분 45%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김성빈 씨 몫의 배당액은 31억5000만원에 달했다.
경산이 ‘배당 잔치’를 벌인 반면 한농화성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78억원을 냈는데도 배당총액은 12억원에 그쳤다.
이밖에도 동양강철의 박도봉 회장도 동양강철에 매출 대부분을 의존하는 비상장사 알루텍에서 거액 배당을 받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알루텍은 지난 2012년부터 2년 연속 순손실을 냈지만 매년 6억원을 배당했고, 2011년에는 당기순이익(10억원)의 두 배인 19억원을 현금배당한 바 있다.
알루텍은 박도봉 회장이 지분 43%를 보유하고 있으며, 박 회장의 친인척과 특수관계인이 나머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네티스탁 관계자는 “상장사인 모회사를 통해 비상장사가 이익을 축적하고, 이를 오너 일가에 배당하는 데 쓰는 것은 주주들의 이익을 빼앗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