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세월호 침몰 사고를 계기로 대형 재난·재해의 예방과 수습을 위한 법·제도 정비 작업에 착수했다.
여야는 20일 현재 실종자 수색·구조를 비롯한 사태 수습이 최우선 과제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중장기적 관점에서 유사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예방책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새누리당은 재난·재해를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재난청’ 신설을 검토 중이고, 새정치민주연합은 법 개정사항과 함께 정부의 규제완화에 따른 부작용 문제를 꼼꼼히 따지겠다는 방침이다.
새누리당은 이번 기회에 재난·재해를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재난청’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사고 피해자나 유가족이 극심한 외상후스트레스(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은 만큼 전문기관의 집중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지원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여객선 뿐 아니라 비행기, 열차 등 대중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의 안전 매뉴얼을 보강하고 철저히 준수할 수 있도록 관련 대책도 논의 중이다.
이에 비해 새정치민주연합 ‘여객선 침몰사고 대책위’ 위원장인 우원식 최고위원은 “재난대응 체계와 교육 훈련을 점검하는 동시에 선박 개·보수와 관련한 선박안전법, 노후선박 운행 관련 규제를 담은 해운법 등의 개정이 필요한지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내에서는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규제 개혁 정책이 본격화하면 이번 사고와 같은 대형 참사가 재발할 우려가 크다고 보고, 무분별한 규제 완화를 방지하는 데도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해졌다.
조정식 의원은 “세월호 침몰사고는 20년으로 획일화돼 있던 여객선의 선령 제한을 지난 2009년 20년으로 완화한 데서 시작됐다”며 “현 정부가 추진하는 규제 완화에 대한 정밀검토 및 공론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의 ‘재난청 신설’ 검토 방안에 대해선 “사후 대책을 벌써 강구할 것이 아니라 한시라도 빨리 선체에 진입해 실종자를 찾는 일에 모든 노력을 쏟아야 할 것”이라면서 재난청 논의 시점이 부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한편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와 안전행정위, 교육문화체육관광위, 국토교통위, 여성가족위 등 관련 상임위들도 세월호 침몰사고가 수습되는 대로 본격적인 대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체험교육시 학교장에게 안전대책 등 필요한 조치를 마련토록 하는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선박 사고시 가해 선박의 선장이나 승무원의 적극적인 구호노력을 강화하는 ‘선박교통사고처리 특례법안’ 등 국회에 계류 중인 각종 학교 및 선박 안전관련 법안들의 처리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곧 발의 예정인 특정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도 주목된다. 개정안은 사고 난 배에서 승객보다 먼저 탈출해 사상자를 내는 선원을 최고 무기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교문위에서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수학여행 폐지 여부에 대한 논의와 함께 수학여행 유지를 전제로 선박이나 항공기를 이용한 수학여행시 안전매뉴얼 제정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여성위에서는 재난시 방치될 수 있는 피해 가족의 노인이나 어린이 등을 지원할 수 있는 ‘긴급 가족 돌보미’ 제도 도입 등이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위에서는 교량, 다중 이용시설 등의 안전 문제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를 토대로 필요시 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