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모든 진실을, 오직 진실만을 다루겠다고 했다. 진실 보도를 하도록 노력하겠다.” 2013년 9월 16일, 그가 다시 14년 만에 앵커석에 앉았다. 프랑스 신문 르 몽드를 창간한 위베르 뵈브메리 말을 인용한 다짐 하나를 하면서.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 그리고 전 국민의 슬픔과 절망, 분노가 치솟고 있는 가운데 그에게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JTBC ‘뉴스 9’ 손석희다.
16일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했다. 도저히 있어서는 안 될 대참사다.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 등 24일 현재 세월호 탑승자 476명 가운데 사망자 159명, 생존자 174명, 실종자 143명에 달한다. 침몰 이후 구조작업과 시신 수습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언론이 취재에 나섰다. 엄청난 대참사 앞에 오보, 자극적 보도, 허위보도,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에게 상처를 주는 무례한 취재 행태가 난무했다. 재난과 참사보도에서 반드시 지켜져야 할 기본적인 원칙들이 무너지면서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에게 커다란 상처와 불신을 안겨줬다. 국민의 언론에 대한 질타와 비난이 이어졌다.
“JTBC 앵커가 구조된 여학생에 건넨 질문으로 많은 분들이 노여워하시는 걸로 알고 있다. 어떤 변명도 필요치 않다. 선임자로서 제대로 알려주지 못한 책임이 크다. 깊이 사과 드린다.”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 16일, JBC앵커의 인터뷰 태도에 대해 손석희 앵커는 정중히 사과했다. 그리고 “지난 30년 동안 갖가지 재난 보도 진행하며 내가 배웠던 것은 재난보도일수록 사실에 기반 해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무엇보다 희생자와 피해자 입장에서 상황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석희 앵커는 세월호 관련 뉴스를 전달하며 멘트 하나, 표정 하나, 인터뷰 태도에 이르기까지 신중을 기했다. 재난보도의 원칙 준수에서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을 배려하는 마음까지 뉴스 프로그램 앵커로서 최선을 다했다. 언론에 분노와 불신을 보내던 시청자중 상당수는 손석희 앵커의 재난보도 태도에 신뢰를 보냈다.
우리 방송에서 초보적 앵커 시스템이 선보인 것은 1970년 10월, 취재기자들이 직접 등장하는 체제를 갖춘 MBC ‘뉴스 데스크’였다. 이후 앵커의 권한과 역할, 비중이 점차 늘면서 시청자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며 개성적인 이미지를 구축한 앵커들이 속속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높은 신뢰나 지지는 받지 못했다.
앵커 시스템의 오랜 역사를 가진 미국에선 시청자의 사랑을 받는 앵커가 적지 않다. 미국 CBS의 월터 크롱카이트는 1951년 앵커를 시작해 1981년 은퇴할 때까지 앵커의 전설을 만들었다. “크롱카이트는 한밤중에 30분간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올림푸스 신전으로부터 땅에 내려온 신화 속 인물이었다. 시청자들은 그를 절대적으로 신뢰했다. 시청자들은 크롱카이트 자신이 만든 대사를 방송한다는 사실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는 ‘앵커들’의 저자 로버트 골드버그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앵커에 대한 시청자의 신뢰가 대단했다. 로저 버드, 댄 래더, 탑 브로커, 피터 재닝스, 바바라 월터스 등이 신뢰와 대중성을 얻는 앵커로 꼽힌다.
우리 앵커에 대한 시각은 부정적이다. 공정성 상실에서부터 뉴스 진행 실력, 앵커를 정계진출을 위한 발판으로 삼는 행태에 이르기까지 시청자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앵커로서 가장 중요시되는 덕목으로 꼽는 것이 신뢰감이다. 시청자들이 자신의 눈앞에서 뉴스를 전달하는 사람을 믿는다는 것은 뉴스 전달을 하는 앵커에게 가장 중요한 존재의미다. 좋은 앵커로서의 자질은 용모와 문장력 표현력, 기자로서의 능력과 취재팀을 이끄는 지도력, 사건을 파고드는 추진력, 위기나 돌발적 사태에 대처하는 능력 등 여러 가지가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진실과 사실을 바탕으로 한 공정한 뉴스 전달이다. 손석희 앵커는 뉴스를 다룰 때 준비와 노력으로 뉴스의 내용을 장악할 뿐만 아니라 위기대처능력, 뉴스의 진행정리 능력도 뛰어나다. 무엇보다 진실과 사실에 대해 천착하려는 그의 태도에 시청자가 신뢰를 보내는 것이다.
앵커는 바람에도 흔들림 없이 배를 고정해주는 닻(앵커) 같은 부동심으로 방송 뉴스를 지켜나갈 때 시청자의 사랑을 받는 앵커가 된다. 손석희가 그러한 앵커상에 근접하고 있다. 그는 항상 말한다. “마지막 1분, 1초라도 시청자를 위해 활용하고 싶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