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구글 인텔 어도비시스템 등 미국 실리콘밸리 메이저 IT기업 4곳이 경쟁사로의 이직금지 담합 관련 소송을 해결하기 위해 합의를 보기로 했다고 24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들 기업은 지난 2005~2009년 직원들의 경쟁사 이직을 막아 엔지니어들이 정당한 보수를 받는 것을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소송 원고는 6만4000명에 이른다. 애플 등 기업의 합의조건은 아직 전해지지 않았다고 WSJ는 전했다.
재판 과정 중에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설립자,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설립자,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 등 IT 거물들이 담합에 연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서로에게 채용계획을 털어놓는가 하면 때로는 중재자를 통해 직원들의 이직을 막았다고 WSJ는 전했다.
피고 측 변호인은 잡스가 마치 약자를 괴롭히는 사람으로 묘사된 증언을 포함해 자신들에게 불리한 증거를 재판에서 배제해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브린이 지난 2005년 2월 구글 임원진에게 보낸 이메일에 따르면 잡스는 전화를 걸어 구글이 애플 직원을 단 한 명이라도 채용하면 그것은 선전포고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브린은 후에 법정진술에서 “잡스가 당시 이성을 잃은 것처럼 보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원고 측 변호인단은 브린과 같은 고위 임원들이 법정에 서서 이런 민감한 사안을 증언하는 일을 막고자 합의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WSJ는 풀이했다.
피고들은 총 30억 달러(약 3조1185억원) 손해배상을 받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반독점 소송에 따라 배상규모가 90억 달러로 확대될 위험도 있었다고 WSJ는 전했다.
한 소식통은 “애플 등 4개 기업이 피고들에게 대략 10억 달러를 지불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다른 소식통은 “이 추정치는 너무 높다”고 반박했다.
앞서 루카스필름과 픽사, 인튜이트 등 다른 업체는 같은 소송에서 총 2000만 달러에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