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돌’, 편견과 실력 사이…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최두선의 나비효과]

입력 2014-04-28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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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바로-한선화-박유천(왼쪽 위부터 시계 반대방향)(사진 = tvN, SBS)

아이돌 그룹 엠블랙의 멤버 이준은 TV 속에서 섬뜩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tvN 금토드라마 ‘갑동이’에서 이준은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인물로 등장해 시청자들의 범인 추리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씩’하고 웃어 보이는 잠깐의 순간에도 시청자들의 몰입감은 극대화된다. 그의 능숙하고 깊이 있는 연기에 감탄하다가도 시청자는 이런 생각을 한다. ‘아이돌인데도 연기를 참 잘해.’

아이돌 그룹 출신이면서 연기에 도전하는 연예인을 우리는 흔히 ‘연기돌’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연기돌과 연기력은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는 존재로 인식돼 왔다. 연기돌은 표정, 발음, 표현력에 있어서 눈에 띄는 문제점을 나타냈고, 극의 흐름을 뚝뚝 끊는 단초가 됐다. 연기돌은 연기력 논란을 꼬리표처럼 달고 다녔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기돌을 중용하는 방송사에 있었다. 아이돌의 인기에 편승하기 위해 배역의 한 자리에 항상 아이돌을 배치시켰다. 그들의 연기력과 배역에 대한 준비는 중요하지 않았다. 아이돌이 출연하는 것만으로도 ‘팬’이라는 확고한 시청층을 확보할 수 있었고, 해외 판권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연기돌에 대한 시청자의 반감은 커져만 갔다. 거액이 투입된 대작이나 연기파 배우들이 주연을 맡은 작품에는 아이돌의 캐스팅 소식 자체가 비판의 대상이 됐다. 일각에서는 “다 된 밥에 아이돌 뿌리기”라는 웃지 못 할 이야기도 숱하게 제기됐다. 연예계 내부에서도 연기돌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았다. 연기자를 꿈꾸며 착실히 자신의 능력을 키워오던 신인 연기자들은 연기돌이 쉽게(?) 주요 역할을 맡는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드라마 현장에서 불성실한 연기돌에 대해 “남의 밥그릇 뺏어갔으면서...”라고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과거 걸그룹 핑클 멤버로 큰 인기를 얻은 성유리는 “언젠가는 연기자로 진출해야 할텐데...”라는 고민을 끝없이 했다고 한다. 일평생 무대에서 춤을 출 수는 없는 일인 만큼 대부분의 아이돌 그룹은 향후 진로를 고민하고, 그 중 가장 우선시 되는 것이 연기다.

SBS 드라마 ‘신의 선물-14일’과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활약한 아이돌 그룹 B1A4의 멤버 바로, 실력으로 논란을 잠재운 SBS 드라마 ‘쓰리데이즈’의 JYJ 멤버 박유천 등 눈에 가시처럼 여겨지던 연기돌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연기돌에 대한 대중의 비난과 연예계 내부의 성토는 연기돌에게 위기감을 조성하기에 충분했다. 더 이상 팬 확보를 위한 ‘겉절이’로 전락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작용한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은 연기돌에게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그들이 이전처럼 눈엣가시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무대에서 가수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동시에 연기까지 잘하는 만능 엔터테이너로 남을 것인지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시청자들의 마음을 얻는 모습은 간단하다. 심금을 울리는 연기력 하나면 된다. 연기돌이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준다면 이들이 아이돌 출신이라고 해서 무작정 비판하는 시청자는 없을 것이다. 극에 대한 이해, 감정을 싣고 전달할 수 있는 표현력, 연기력의 기본이 되는 발성, 발음 등 연기돌에 주어진 과제는 상당하다. 하지만 이 과제를 모두 해냈을 경우 연기돌은 그 누구보다 큰 인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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