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이 0%대로 추락했다. 물가가 하락한 데 따른 가격영향과 함께 경기침체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제외한 매출액은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은 28일 상장기업 1541개와 각 업종을 대표하는 주요 비상장기업(금융·보험업 및 공정위 지주회사 제외) 169개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2013년 기업경영분석(속보)’ 자료를 발표했다.
이들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을 연도별로 보면 금융위기 이후 2009년 -0.1%로 감소세를 보이다가 2010년 기저효과와 경기회복에 힘입어 16.9%까지 올라섰다. 그러나 그이후 증가폭이 가파르게 축소되면서 2011년에는 12.6%, 2012년 4.9%, 올해는 0.7%%로 급락했다.
매출액 증가율을 부분별로 보면 제조업과 비제조업 모두 전년에 비해 각각 4.1→0.7%, 6.5→0.8%로 줄었다.
한은 관계자는 “매출액 증가율이 큰폭으로 축소된 것은 생산자물가, 수출물가가 떨어지면서 가격요인이 상당 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관련 수치는 실질이 아닌 명목이다 보니 경기침체 등의 영향이 얼마나 미쳤는지는 수치상 파악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기침체와 그로 인한 기업 경영활동 악화도 상당 부분 작용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특히 일부 잘나가는 수출 대기업을 빼고보면 기업들의 성적표는 더욱 좋지 않다. 금융감독원의 한국전자공시시스템(dart.fss.or.kr)의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제외하면 지난해 상장기업의 매출액은 1년 전에 비해 0.3% 감소했다.
수익성을 나타내는 작년 매출액영업이익률도 4.6%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3년 이후 사상 최저 수준으로 집계됐다. 또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제외한 매출액영업이익률은 3.4% 늘어나는 데 그쳤다.
매출액세전순이익률도 3.2%로 2008년(2.8%) 이후 최저치다.매출액의 영업이익률(4.8→4.6%)보다 세전순이익률(4.5→3.2%)이 1년새 더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은 조선업 기계업 비금속광물 산업용기계 운수업 등에서 구조조정이 이뤄지면서 관련 주식 등의 자산가치가 떨어진 데 따른 것이다.
기업 간 양극화 현상도 더 심화됐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인 업체(30.6→31.6%)와, 500% 초과 업체수(42.2→44.2%)의 비중은 확대된 반면 100~300% 구간 (17.8→15.6%) 및 300~500% 구간(9.4→8.7%) 업체수 비중은 축소됐다.
업체당 평균 현금 증가규모는 -24조원으로 전년의 -8억원에 비해 순유출 규모가 확대됐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영업활동에 의한 현금유입이 전년보다 증가했으나 투자활동을 통한 현금유출이 늘어난 데다 재무활동을 통한 현금유입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며 “다만 기계설비 구입, 공장짓기 등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투자가 늘었다기 보다 금융상품 투자를 주로 늘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금흐름보상비율은 올해 70.2%로 전년(64.8%)에 비해 상승했다. 현금흐름보상비율은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 수입으로 단기차입금과 이자비용을 어느 정도 부담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을 의미한다. 한은 관계자는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유입이 늘었으며 지난해 금리가 안정되면서 이자비용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