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필리핀이 28일(현지시간) 군 기지 공유를 골자로 한 방위협력 확대협정을 체결해 미군이 필리핀에 주둔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볼테르 가즈민 필리핀 국방장관과 필립 골드버그 주필리핀 미국 대사가 이날 오전 마닐라 북부 아기날도 기지에서 10년 시한의 협정에 서명했다.
미군은 클라크 공군기지와 수비크만 기지 등 필리핀 루손섬 북부 옛 군사기지에 복귀하게 됐다. 미군 복귀는 필리핀 상원이 지난 1991년 군사기지 조차연장안을 부결 처리해 이듬해 필리핀에서 철수한 지 22년 만에 처음이다.
양측은 협정 시한을 10년으로 정했으나 상호 합의에 따라 연장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다만 외국의 군사기지 주둔 자체를 금지하는 필리핀 헌법에 따라 미군은 상시 배치되기보다는 순환 근무 형태로 기지에 주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 합동군사훈련 등으로 머무를 수 있는 기간이 14일이었으나 새 협정 체결로 그 기간이 늘어날 전망이다. 필리핀 상원은 주권국가에 대한 외국군 병력과 장비 배치가 이뤄지는 협정이기 때문에 의회 비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은 단순 행정협정에 불과하기 때문에 의회 비준이 필요없다고 맞서고 있어 비준에는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WP는 이번 협정 체결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중 가장 큰 성과지만 중국의 반발에 부딪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미국 입장에서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으로 불안에 떠는 동맹국들을 달래고 동남아시아 테러나 자연재해 대처 등에 더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