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북부 연방지방법원 새너제이지원의 루시 고 판사가 28일(현지시간) 원고·피고 양측의 ‘지시평결’ 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고 판사는 원고 애플과 피고 삼성전자 변호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양측이 낸 평결불복법률심리(JMOL·Judgment as a Matter of Law) 신청을 기각하고 “배심원단이 모든 쟁점을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민사소송제도는 JMOL과 관련해 재판부가 법령이나 증거에 입각해 합리적 결론이 명확하다는 판단에 따라 배심원단이 특정한 평결을 하도록 지시하거나 혹은 배심 평결을 뒤집는 판결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평결이 나오기 전에 재판장이 특정한 평결을 내리도록 지시하는 것은 ‘지시평결(directed verdict)’이며 평결이 나온 후에 재판장이 이를 뒤집는 판결을 내리면 ‘RJMOL(Renewed JMOL)’ 또는 ‘평결불복판결(JNOV)’이라고 한다.
고 판사는 또 이날 삼성 측 증인이 소송 절차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고 판사는 삼성 측 전문가로 나선 케빈 제피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의 진술이 재판 전에 제출한 감정 보고서와 다르다면서 진술을 중단시키고 증거 채택에서 배제하도록 했다.
제피 교수는 애플이 보유한 미국 특허 제5946647호에 대한 해석과 관련해 일리노이북부 연방지원 리처드 포스너 판사의 해석을 자신의 판단 근거로 삼았다며 새너제이지원 재판부가 이를 언급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발언했다.
고 판사는 보고서에 제피 교수의 발언 내용이 없다면서 보고서에 없는 부분은 증거로 채택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고 판사는 또 삼성 측 변호인들이 제피 교수에게 발언을 부추긴 것 아니냐고 질책했다.
포스너 판사는 지난 2012년 ‘애플 대 모토로라’ 사건 1심에서 제5946647호와 관련해 데이터 태핑 기술은 별도 서버에서 구현되는 것이라는 요지의 해석을 내렸으며 연방항소법원도 지난 25일 이 해석을 유지했다.
이날 고 판사의 지적은 양측의 최후변론과 배심 평의 착수를 하루 앞두고 발생한 것이어서 평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소송은 29일 양측이 최후 변론을 한 뒤 배심원들이 평결을 내리면서 늦어도 5월 초에는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특허 5건, 삼성은 특허 2건을 근거로 상대방이 특허를 침해했다며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