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 세월호 참사와 정부개혁 -현진권 자유경제원장

입력 2014-04-29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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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의 책임 소재를 관료와 민간 간의 결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전직 해양수산부 관료가 선박협회 및 회사 임원으로 가니, 결국 관료들이 제대로 감독할 수 없었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해양수산부와 선반관련 업체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이미 한국은 대부분의 민간영역이 전직 정부관료들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금융기관은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 건설과 교통업체는 국토교통부, 농업관련 업체는 농업축산식품부, 많은 산업체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전직관료들이 주요 임원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각 부처의 힘도 산하 공기업, 민간협회와 업체들이 얼마나 많은지에 따라 결정된다. 이는 공무원 채용시험에서 각 부서의 경쟁률과 직결한다.

이론적으로 보면, 모든 공직자들은 공익이란 한가지 목표를 추구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해마다 예산 배분하는 시즌이 되면, 각 부처는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 된다. 자신 부처의 예산이 적으면, 다른 부처 예산으로 넘어가므로, 공익에는 해는 없다. 그러나 해당 부처는 다른 부처를 생각지 않고, 자신 부처만 생각한다. 부처의 예산 규모는 바로 민간을 휘두르는 힘이기 때문이다. 5조원보다 10조원 예산을 가지면, 그만큼 민간에 배분하는 규모가 크기 때문에 민간은 머리를 더 조아린다. 돈을 주면, 반드시 감독해야 하고, 반드시 행정상의 비리가 발생하게 된다. 현실과 동떨어진 촘촘한 집행규제로 인해 조그마한 위반은 필연적이다. 그래서 민간은 이를 무마하기 위해 온갖 로비를 해야 한다. 이때 가장 좋은 방법은 전직 관료들을 해당 민간협회 및 업체의 임원으로 앉히는 것이다. 전직 관료 선배가 부탁하는데 후배 관료들이 무시할 수 없는 게 우리의 인정이다. 전직 선배 관료들은 이러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후배 관료들의 밥과 술, 명절날 선물, 경조사를 챙긴다. 이렇게 구축된 관계는 어떤 원칙과 법으로도 깰 수 없다.

관료들과 민간 간 공생관계는 경제적으로 합리적 행위다. 우린 공직자 행태에 대해 너무 규범적 시각에서 본다. 마치 공직자가 성인군자가 돼야 한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은 똑같다. 기업인이 이윤을 추구하듯이, 공직자도 개인이익(self-interest)을 추구한다. 공직자의 행위가 나쁘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들의 자연스러운 개인이익 행위를 그대로 보자는 것이다. 공직자에 대한 우리 시각이 규범적 공익추구에 한정되면, 현실과 괴리를 가질 때는 공직자들의 도덕과 사명감만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또 다른 세월호 참사가 계속 발생할 것이다. 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

공직자와 민간 간의 협업은 자연스럽고, 서로에 경제적 이득이 되므로 막을 방법이 없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해당 부처만 재수없이 그들의 공생관계가 천하에 밝혀질 뿐, 달라지는 건 없다. 공공부문을 없앨 수도 없으니, 그냥 이렇게 지루한 사건과 처벌의 악순환이 계속될 뿐이다.

공공부문에 대한 사고를 바꿔보자. 공공부문의 역할은 분명 존재한다. 치안과 안전기능은 정부의 고유 역할이다. 그래서 국민들은 엄청난 세금을 부담한다. 치안과 안전을 정부가 담당하되, 꼭 공무원이 해야 할 필요는 없다. 집 치안을 동네 경찰서에만 맡기지 않고 사설 경비업체에 맡기는 집들도 있다. 민간의 경비업체가 경찰보다 더 꼼꼼히 챙겨준다. 정부의 치안 및 안전기능을 민간업체에 맡겨보자. 이른바 ‘민간위탁’이다. 정부가 꼭 해야 하는 기능이지만 정부가 직접 하지 않고, 민간기업이 수행하게 한다. 더구나 민간기업이 경쟁구도면, 정부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정부개혁 방향에 대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사고 배에서 열 걸음만 가면 구출될 수 있는데, 공공부문에선 한 걸음마다 책임 회피를 위해 많은 단계의 결재가 소요된다. 차라리 민간에게 맡겨, 열 걸음을 단숨에 뛸 수 있도록, 사고를 바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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