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필리핀이 군사기지 공유를 골자로 한 새 방위협력협정을 공식 체결하자 필리핀 상원의 거센 반발과 대규모 반미시위가 일어나는 등 후폭풍이 확산되고 있다.
이 협정은 미군이 22년 만에 필리핀에 다시 주둔할 수 있게 한 것으로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서 가시적 성과로 기록될 전망이다.
29일(현지시간) 필리핀 GMA방송 등에 따르면 미리암 산티아고 필리핀 상원 외교위원회 위원장은 “양국의 방위협력확대협정(EDCA)에 중국과의 충돌 발생 시 자동개입을 보장하는 내용이 빠져있다”면서 “필리핀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을 겨냥해 “필리핀을 ‘위성국가’로 대우하면서 중국과 선린관계를 유지하기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강조했다. 이는 미국이 필리핀을 상호방위조약으로 묶어두고도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이중적 속내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산티아고 위원장은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은 남중국해 분쟁상대국인 중국을 의식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앞서 그는 28일 아시아 순방의 마지막 일정으로 필리핀을 방문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이 베푼 환영 만찬 석상에서 필리핀에 대한 안보공약을 재확인했지만 원칙론에 그친데다 중국에 대한 경고 신호 역시 찾아볼 수 없었다고 외교 소식통들은 지적했다.
다른 필리핀 상원의원 3명도 이번 협정에 위헌 소지가 있다며 우려를 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특히 좌파 정당 바얀무나는 “명백한 위헌”이라며 대법원에 위헌 소송을 낼 계획이라고 밝혀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또 필리핀 시민단체 회원 등 약 800명은 마닐라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며 격렬한 반미시위를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