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센인 강제 낙태·단종, 국가배상 판결...'반인륜적 반인권적 정책'

입력 2014-04-29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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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정부 정책으로 강제 낙태와 단종(斷種ㆍ정관절제수술)을 당한 한센인들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민사2부(유영근 부장판사)는 29일 한센인으로 낙태·단종을 당한 원고 19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정관절제 피해자 9명에게 각각 3000만원, 임신중절 피해자 10명에게 각각 4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날 재판부는 "국가가 한센인 강제 격리 정책을 1970년대까지 유지하면서 부부동거 등 조건으로 내세운 정관절제와 임신중절을 원고들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것으로 판단된다"며 "설령 원고들이 원했다 하더라도 자유의사에 따른 선택과 법률적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한센인들은 소록도병원에서 일시적 치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상당 기간을 지내야 했다"면서 "원고들이 죄를 짓거나 도덕적으로 비난 받을 일을 한 것도 아닌데 합리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고 출산을 전면 금지한 것은 명백히 잘못된 반인륜적 반인권적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정관수술을 전제로 한센인 부부 동거를 허용한 정책은 일제 강점기인 1937년부터 시행됐다. 이 정책은 광복 직후 폐지됐지만 소록도 한센인들 사이에서 신생아 출생이 늘어나자 정부는 1948년 부부 동거자들에게 강제로 단종수술을 재개했다.

이어 한국전쟁 중인 1951년에는 동거자들에게 일제히 정관수술을 시행했다. 동거 중 임신이 되면 병원에서 호출을 받아 강제 낙태를 당해야 했다.

이번 판결은 한센인들이 최고 64년 전의 단종과 낙태를 당한 피해 사실을 법원이 인정하고, 국가의 강제성을 인정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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