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오는 2일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열어 ‘크루즈산업육성법’(크루즈법),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등 최근 상임위를 통과한 안건을 처리한다. 세월호 참사로 미뤄왔던 법안을 막판에 무더기 처리하면서 혼란을 틈타 ‘국회의원 겸직 완화’와 같은 얌체안을 슬그머니 끼워 넣기도 했다.
크루즈법 제정안은 2만톤 이상 크루즈 선박에서 외국인에 한해 선상 카지노를 허용하는 게 골자다. 이 법안은 관광진흥법, 서비스산업발전법, 분양가상한제폐지법, 자본시장법 등과 함께 정부와 여당이 추진해 온 ‘5대 경제 활성화 법안’ 중 하나로, 유일하게 이번 국회에서 처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크루즈법은 애초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장기간 표류해왔으나 동북아 크루즈 산업을 한국이 장악하려면 선상 카지노 허용이 시급하다는 데 공감대를 이루면서 합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단통법은 작년 5월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이후 근 1년 만에 본회의 통과를 눈앞에 뒀다. 이 법안은 △제조사도 휴대폰 보조금 규제 대상 포함 △휴대폰 출고가·보조금·판매가 공시 △휴대폰 보조금 또는 요금할인 선택 가능 △휴대폰 보조금과 연계한 고가 요금제 강제 금지 등을 담고 있다.
여야는 이와 함께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파행을 이끌었던 방송법 개정안도 본회의에 상정할 예정이다. 방송법은 ‘방송사에 노사 동수의 편성위원회를 설치한다’는 조항을 삭제한 대신 KBS 사장 후보 인사청문회 도입, 공영방송 이사 자격요건 강화 등을 추가했다.
또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감독,규제권한을 확대하는 ‘원자력안전법’ 개정안과 새누리당이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의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을 앞두고 처리를 요구했던 ‘원자력 방호방재법’ 개정안도 본회의에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미방위는 30일 법안심사소위와 전체회의를 잇달아 열어 이 같은 법안을 포함해 총 37개 법안을 무더기로 처리했다. 중복법안을 통폐합하기 직전으로 보면 130여개 법안을 처리한 셈이다.
1일 정무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신용정보유출 피해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 개정안도 본회의에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다른 법률에 준해 보상범위는 3배 이내로 제한했다.
아울러 차명계좌를 통한 불법행위에 대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규정을 강화한 ‘금융실명제법’ 개정안도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국회가 뒤늦게 부랴부랴 법안 처리에 나선 가운데, 이 틈을 타고 국회의원의 겸직 제한을 완화하는 내용의 ‘국회의원 겸직 및 영리업무 종사 금지에 관한 규칙’ 제정안이 운영위원회를 통과하기도 했다. 전형적인 밥그릇 챙기기다.
작년 여야가 특권 내려놓기 차원에서 추진했던 국회의원 겸직 금지 규정은 ‘공익 목적 명예직’을 제외한 모든 겸직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지만 이날 의결된 규칙안은 겸직 제한 범위를 문화·체육·학술·종교·장학·안전·자선·기예·복지 등 비영리 공공 법인 또는 단체로 구체화하면서 확대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