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궁지에 몰려서야 머리 숙인 해경 -유충현 정치경제부 기자

입력 2014-05-01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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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하고 효율적인 초기 구조가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희생자 가족들과 국민들의 질타를 머리 숙여 받아들입니다.” 사고 발생 보름째 지나서야 들을 수 있었던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의 공식 사과 발언이다.

잘못이 있다면 인정하는 게 올바른 반응이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해경의 구조작업에 대한 여러 의문점이 제기된 것은 사고 직후부터였다. 실종자 가족들은 물론 온 국민이 현장의 구조활동에 대해 답답해했다. 그때마다 해경은 기상상황을 들먹이거나 ‘알아서 잘 하고 있다’는 식의 답변으로 일관했다. 그러다가 지금에서야 당시 구조작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진짜 대답’을 한 것이다.

사과가 실종자 가족을 비롯한 국민들의 요구에 의한 것인지도 의구심이 든다. 시점 때문이다. 28일에는 해경에 대한 합동수사본부의 압수수색이 이뤄졌고 30일에는 해경이 사고 초기 해군 잠수병력 투입을 막았다는 사실이 국방부를 통해 확인됐다. 정부가 민간의 투입을 직·간접적으로 막았다는 잠수사들의 증언도 어느 정도 사실로 드러났다. 해경으로서는 궁지에 몰려 잘못을 시인했다는 비판을 산다 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발뺌할 수 없을 때가 된 후에야 나온 사과라면 그 진정성도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사고 초기부터 실종자 가족들의 요구사항은 구조작업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숨기지 말고 알려 달라는 것이었다. 만시지탄이지만 해경이 좀 더 일찍 잘못을 시인했다면, 그래서 외부의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여 수색작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됐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 아쉬움이 남는다.

진도실내체육관에서 범정부사고대책본부가 마련된 진도군청까지의 거리는 약 2km에 불과하다. 걸어서는 30분, 차량으로는 5분이 채 걸리지 않는 거리다. 하지만 해경의 ‘진짜 대답’까지 걸린 기간은 보름이 넘게 넘었다. 정부와 국민 간의 ‘진짜 거리’다. “우리는 어느 나라 경찰을 붙들고 애들을 살려달라고 해야 하느냐”던 학부모의 절규가 귓등을 때려 가슴이 먹먹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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