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여파 ‘안전관리’에 올인?…국정과제까지 흔들

입력 2014-05-07 09:21 수정 2014-05-07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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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에 정부의 국가운영 계획까지 흔들리고 있다.

7일 기획재정부와 경제전문가 등에 따르면 사후약방문식으로 재난관리 예산을 늘리다보니 국가의 중장기 재정계획은 수정이 불가피해졌으며 공약가계부 구멍은 더 커지고 있다. 게다가 조악한 규제완화가 세월호 참사 같은 엄청난 재앙을 몰고 온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규제 개혁으로 경제활성화를 꾀하겠다는 핵심 전략마저 위협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일 청와대에서 열린 ‘2014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안전에 대한 국가 틀을 바꾸는데 예산을 우선순위로 배정하라”고 지시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정부가 재난 예방을 위한 예산관리에 소홀했다는 비난여론이 봇물처럼 터져나온 데 대한 대응이다.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올해부터 향후 5년간 국가재정운용전략을 논의하면서 사회적 재난 예방에 재정투자를 이전 계획보다 5% 이상 늘리는 방향으로 향후 5년간 국가재정운영계획을 수정했다. 당초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2013~2017년 국가재정 운용계획’에서 재난관리 예산을 연평균 4.9% 감축하기로 한 바 있다.

세월호 참사로 부랴부랴 안전분야에 돈을 더 쓰는 방향으로 중장기 나라살림 계획을 바꾸면서 박근혜정부 공약가계부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공약가계부상 내년 예산안에 확보돼야 할 재원은 30조500억원이다. 세외수입 증가분 7000억원을 빼면 세출절감과 국세 세입기반 확충으로 확보해야 할 돈만 올해 계획분(17조1000억원) 보다 43% 가까이 늘어난 29조800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작년 8조5000억원의 세수 펑크가 발생했고 올해 1~2월 세수 진도비(연간 목표세수 대비 징수실적)도 14.4%에 그치고 있다. 세수여건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최대 조단위 투자가 요구되는 재난안전 관련 예산까지 추가 소요될 경우 재원조달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증세 논의도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여당에서도 안전예산이 모자랄 경우 추가경정예산이라도 편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작년 소득세 개편논의과정에서 보듯 지금처럼 과세공평성이 취약한 상황에서 조세재정정책으로 재원조달은 어려울 것”이라며 “이제는 법인세를 중심으로 적극적 증세정책을 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 여파로 대대적인 정부 조직개편까지 예고되고 있다. 정부는 재난 관리 총괄을 맡은 안전행정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못했다고 보고 별도의 재난관리 부처인 가칭 ‘국가안전처’를 새로 만들기로 했다. 국가안전처가 신설되면 ‘안전’ 기능을 뗀 안전행정부는 정부조직, 인사, 총무, 지방자치 등의 업무만 맡는 이전의 행정자치부로 돌아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 1년여만에 안행부의 기능과 명칭을 바꾸고 안전관련 예산까지 거머쥔 거대 조직이 설립되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명재 연세대 교수(국가관리연구원장)는 “세월호 참사로 불거진 국가재난안전 시스템 붕괴의 해답을 손쉽게 조직개편을 통해 풀어나가는 것은 위험하다”면서 “조직개편이 정치행위인만큼 인력, 예산 등에 대한 정교한 고민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전 컨트롤타워 부재 지적에 뒤늦게 국가안전처를 신설하겠다고 나섰지만 재난대응 과정의 문제점 분석이 마무리 되지 않은 시점에서 일단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식의 성급한 대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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