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효찬의 명문가 자녀교육 따라잡기]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자 '김굉필 家' ①

입력 2014-05-07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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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찬 자녀경영연구소장

지난해 이맘때쯤 나는 우연히 지인의 소개를 받고 서울 종로5가 연강홀 앞에 있는 한 한의원에 간 적이 있다. 한 번은 원장실에서 빼곡히 적힌 경구들을 보고 크게 놀랐다. ‘잠을 깨고 독서하라’라는 문구는 1997년 9월 11일이라는 날짜 표시와 함께 책장에 포스팅돼 있었다. 김효영 원장은 “이 문구는 자신의 모교인 경동고교 도서관에 걸려 있다”면서 고교 시절 그 문구가 기억에 남아 있어 이렇게 붙여 두었다고 한다. 그는 환자를 진료하는 틈틈이 공부해서 ‘소학’을 지금까지 반복해 읽고 있다고 한다. 그가 왜 소학을 중시하는지 궁금증은 이내 풀렸다.

▲김효영 원장이 모교인 경동고교 도서관에 있는 문구를 써 놓은 글.

김 원장은 조선 중기의 대학자인 한훤당(寒喧堂) 김굉필(金宏弼ㆍ1454 ~ 1504) 선생의 둘째 김언상의 후손이라고 한다.

김굉필 선생은 기본공부, 인성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소학을 공부의 시작이자 으뜸이라고 주장한다. 선생은 “소학 공부는 모든 학문의 입문이요, 기초이며, 출발로 인간 교육에 있어서 절대적인 원리가 된다”며 소학 공부에 매진했던 것이다. 한훤당이 10년 동안 매진하자 주위에서 선생을 ‘소학동자(小學童子)’라고 불렀다. 이런 노력 덕에 한훤당은 신라 이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18명의 대학자인 ‘동국 18현’에 올랐다. 또 퇴계 이황이 언급한 조선의 대표적 학자인 ‘동방 4현’의 수현(首賢)으로 추앙받게 된다.

한훤당이 소학을 통해 남긴 가르침은 후손에게 대대로 이어져 김 원장의 증조부와 조부, 부친 등 3대가 모두 한학자라고 한다. 경남 창녕군 고암면의 계팔마을에 있는 계양서당은 증조부가 후학을 양성하기 위해 세웠다고 했다. 김 원장 역시 계양서당에서 소학을 배웠고 한의학을 하게 된 것도 소학의 가르침 덕분이었다고 한다. 조부는 앞으로는 한학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며 열 살의 손자를 서울로 유학 보내 신교육을 하게 했다. 그 덕분에 경희대 한의대에 들어가 한의사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한다.

때마침 원장실에 들른 날은 ‘어버이날’이 지난 후였는데 책상 앞에는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아빠, 사랑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당신의 큰딸 김진희 드림’이라는 문구가 적힌 꽃송이가 있었다. 김 원장은 딸이 준 것이라고 했다. 인성 공부의 중요성이 새삼 필자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자녀에게 사랑받고 인정받고 존경받는 것보다 더 큰 보람은 없다는 것이다. 사회적 지위로 성공하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더 훌륭한 것은 부모로서 자녀에게 존경받는 것일 게다. 김 원장은 아버지로서 성공적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김 원장의 먼 선조인 김굉필 선생의 소학동자 삶에서 시작한 것일 게다. 이렇게 보면 한 집안의 가풍 혹은 가학의 정신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알 수 있다. 가풍은 결코 케케묵은 게 아닌 소중한 보배임을 알 수 있다.

요즘 온 나라가 세월호의 인재(人災)로 한숨 짓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은 선장과 선원들이 ‘기본’을 망각하고 자기의 안위만 챙긴 데 있다. 대한민국은 너나 없이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소학을 무려 10년 동안이나 정진한 한훤당의 기본 중시 정신이 지금 이 시대에 교훈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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