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홈쇼핑 히트상품 중 하나는 ‘보이지 않는 제품’이다. 패션, 식품 등 기존 유형상품에다 렌털, 보험, 여행상품 등 다양한 무형상품군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 렌터카, 안마의자 등 렌털상품이 대표적이다.
7일 현대홈쇼핑에 따르면 현대홈쇼핑 렌털사업 성장률은 2012년 350%, 지난해 620%를 기록했다. SK텔레콤 34요금제 삼성 스마트폰, 라텍스 매트리스 렌털, 바디프렌드 안마의자 렌털, 라이나 치아 보험, 캄보디아 여행상품 등이 큰 사랑을 받았다. 스마트폰의 경우 방송시간 동안에만 1만콜이 넘는 전화가 걸려왔다.
현대홈쇼핑이 동양매직 인수전에 뛰어든 것도 렌털상품 강화를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계열사인 현대H&S가 현대위가드 브랜드로 판매하는 정수기, 비데, 연수기 등 생활가전 사업이 렌털분야 업계 3위인 동양매직을 인수한다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575% 성장한 여세를 몰아 렌털 서비스를 올해 신성장동력으로 삼았다. 롯데홈쇼핑 TV영업본부 이동영 상무는 “렌털 부문 올해 방송시간을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리고 매출도 600% 이상 키우는 것이 목표”라며 “기존 홈쇼핑 방송에서 보기 힘들었던 서비스상품 판매로 홈쇼핑 무형 렌털상품의 경계를 확장하는 데 주안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상품 판매도 늘고 있다. 홈쇼핑 보험은 홈쇼핑과 보험을 합친 ‘홈슈랑스’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만큼 인기를 끌었다. 업계 관계자는 “방송시간 동안 보험상품의 다양한 특성과 혜택을 자세히 설명할 수 있고, 해피콜 서비스를 통해 1 대 1 보험 상담을 진행할 수 있어 인기”라며 “지난 2월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계기로 보험사들의 텔레마케팅 영업이 축소돼 홈쇼핑 업계가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GS샵에서는 ACE화재 치아안심보험, 라이나생명 The건강한치아보험이 각각 방송 중 5300콜, 4400콜을 기록하는 등 히트를 쳤고, 롯데홈쇼핑 역시 삼성화재 운전자보험, 동부화재 의료보장보험, 라이나생명 치아보험 등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여행상품 인기도 뜨겁다. 최근 세월호 침몰 사고 여파로 주춤하지만, 올 초까지만 해도 예능프로그램에 등장한 여행지를 중심으로 최고 기록을 갱신해 왔다. CJ E&M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에 등장했던 스페인과 크로아티아가 대표적이다.
CJ오쇼핑이 판매한 ‘스페인ㆍ포르투갈 여행’은 방송 1시간 동안 주문 750건을 받았고, ‘크로아티아와 아드리해 인근 발칸반도 5개국 7박9일’과 ‘터키 일주’는 목표를 각각 20%, 40% 초과 달성했다. GS샵도 올해 1월 ‘터키 9일 일주’ 방송에서 2300콜, 2월 ‘청도 3일 일주’에서 4300콜을 기록하는 등 기록 행진을 이었다.
한편, 렌털이나 보험상품 등은 일정 기간 동안 계약이 이어지지만 매년 실적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계약이 이뤄진 해에 총 매출액을 취급고로 올리는 것이 홈쇼핑 업계에서 일반적이다. 예컨대 2014년부터 3년간 보험 또는 리스 계약이 맺어져 매년 100만원씩 총 300만원의 매출이 발생하는 경우, 계약이 이뤄진 2014년에 300만원을 취급고에 반영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납품업체에서 받는 수수료도 첫 해에만 발생하기 때문에 취급고나 매출 모두 첫 해에 올리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하면 렌털 등 무형상품 판매가 급증하는 것은, 매년 새 계약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불황에 따른 소비 위축과 1인 가구 증가 트렌드로, 간편하고 체계적인 서비스 상품 판매는 당분간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