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무한도전, 9년의 진심 [홍샛별의 별별얘기]

입력 2014-05-0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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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무한도전’ 화면 캡처)

“믿을 수 없는 참사로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모두가 깊은 슬픔과 안타까움에 무거운 나날을 보낼 것이라 생각합니다.”

3일 오후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오프닝은 남달랐다.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무한도전’ 멤버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카메라 앞에 나섰다. 검은 정장을 입고 침울한 표정을 지은 멤버들의 왼쪽 가슴엔 노란 리본이 작게 빛나고 있었다.

유재석은 “더할 수 없는 비통한 심정을 담아 머리 숙여 위로의 뜻을 전하고자 한다”며 “여러분께 힘이 되고자 저희가 있는 자리에서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다시 한 번 희생된 모든 분들의 명복을 빈다”고 멤버들과 함께 머리를 푹 숙였다.

“‘무한도전’ 멤버들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 마음이 무겁다”며 “특히 어린 학생을 지키지 못한 어른으로서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뿐이다”고 고백했다. ‘무한도전’ 멤버들은 지난 4월 25일 안산 단원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경기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된 임시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바 있다. 그들의 애도가 뜨거운 진심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사진=MBC ‘무한도전’ 화면 캡처)

본격적인 코너 시작에 앞서 ‘무한도전’ 멤버들은 어두운 정장을 입은 채 무거운 표정으로 다시 한 번 카메라 앞에 일렬로 섰다. “얼마 전에 있었던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길 씨가 하차를 하게 됐다”고 말문을 뗐다.

“어떤 말로도 변명이라든지 할 얘기가 없는, 제작진과 저희 모두 어느 정도 책임이 있는 일이다. 무한도전을 아껴주시고 성원을 보내주신 시청자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을 전해드린다”며 다시 한 번 허리를 숙여 시청자에 사과했다. 이어서 “방송뿐만이 아니고 방송 외적인 여러 가지 생활도 더욱 조심하겠다”며 “2배, 3배, 아니 몇 배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무한도전’ 멤버들은 이날 시청자에 두 번 허리를 숙였다. 한 번은 위로를 건네고자, 또 한 번은 잘못을 구하고자 함이었다.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하차하는 멤버를 대신해 멤버 전원이 고개 숙여 “죄송하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고 직접 말하는 것은 ‘무한도전’이기에 가능하다. 이는 ‘무한도전’이 9년 동안 장수한 비결이기도 하다. 슬픔에 빠진 시청자에 손을 건넬 줄 알고, 자신들의 잘못을 시청자에 반성할 줄 아는 ‘무한도전’이 다른 예능 프로그램과 다른 이유다.

(사진=MBC ‘무한도전’ 화면 캡처)

이날 ‘무한도전’은 9주년 ‘무한도전’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무한도전’의 향후 10년 미래를 책임질 차세대 리더 선출을 위한 ‘선택 2014’ 특집을 마련했다. 특집에서 ‘무한도전’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명확했다. “우리의 목표는 시청률이 아니다. 웃음이다”는 유재석의 말에 9년이 된 ‘무한도전’의 고민과 미래가 담겨 있었다.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은 그들의 진심은 통했다. 4일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 집계에 따르면 3일 방송된 ‘무한도전’의 시청률은 10.1%로, SBS 예능프로그램 ‘스타킹’과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고개숙인 ‘무한도전’의 진심은 말하지 않아도 전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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