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정국 혼란의 중심인물이었던 잉락 친나왓(46) 총리가 결국 불명예 퇴진을 하게 됐다.
태국 헌법재판소는 7일(현지시간) 잉락 총리가 타윈 플리안스리 전 국가안보위원회(NSC) 위원장을 경질한 것은 권력남용에 해당한다고 평결했다. 이에 따라 잉락 총리는 즉각 총리직을 상실하게 됐다. 또 헌재는 현재 태국 내각을 맡은 각료 대부분에 대해서도 동반 사퇴를 명령했다.
지난 2011년 잉락 총리는 야권 인사인 플리안스리 전 NSC 위원장을 전보 발령냈다. 이에 대해 야당은 이를 권력 남용으로 규정, 잉락 총리를 헌재에 제소했다.
지난 6일 헌재에 출두한 잉락 총리는 “당시 인사 조치는 총리로서 권한을 행사한 것”이라며 “국민을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헌재는 이날 “경질과 새로운 위원장 임명 과정은 직권 남용을 시사하고 있다”면서 “NSC 위원장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잉락과 그 일가가 이득을 얻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로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던 태국의 정국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레드 셔츠’로 대변되는 친정부 시위대는 잉락 총리에 불리한 판결이 나올 경우 대대적인 반대 시위를 벌일 것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태국 역사상 최초 여성 총리인 잉락 총리는 정계 입문 두 달 만에 총리직에 올라 주목을 받은 인물이다. 그는 앞서 군사 쿠데타로 실각한 뒤 해외로 도피한 탁신 친나왓(63) 전 총리의 막내 여동생이기도 하다.
해외 도피 중인 탁신 전 총리는 부정부패와 권력 남용으로 2008년 법원에서 유죄선고를 받고 귀국하지 못하자 지난 2011년 7월 총선에서 여동생을 집권 푸어타이당의 총리 후보로 내세웠다.
잉락 총리는 당시 갓 정계에 입문에 정치 경험이 거의 없었으나 탁신 전 총리의 후광으로 전체 500석 중 265석을 획득해 푸어타이당의 승리를 이끌었다. 그의 집권 배경에 오빠인 탁신 전 총리가 있다는 이유로 야권은 지금까지 반발해왔다. 이에 대해 잉락 총리는 이에 대해 결코 오빠 탁신 전 총리와 상관없이 자신의 소신에 따라 정부를 이끌고 있다고 주장했으며 2011년 8월 취임 후 약 2년 반 동안 태국을 무난히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탁신 전 총리의 사면과 귀국으로 이어질 수 있는 포괄적 정치사면을 무리하게 추진한 것이 그의 정치 인생 발목을 잡았다. 잉락 총리는 정치사면 시도로 거센 반발에 직면하게 됐으며 야권의 퇴진 공세에 결국 총리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날 헌재 판결 영향으로 태국 증시 SET지수는 0.44%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