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제약사의 1분기 실적발표가 대부분 마무리된 가운데, ‘잘나가는 신제품’의 보유 여부가 희비를 갈랐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종근당·보령제약·한미약품·녹십자 등이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가장 눈에 띄는 업체는 종근당이다. 종근당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7%가량 증가한 1386억원을 기록했다. 분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이다. 이는 지난해부터 본격 판매에 들어간 고혈압치료제 ‘텔미누보’가 이끌었다. ‘텔미누보’는 출시 1년도 되지 않아 100억원이 넘는 매출을 달성하며, 종근당의 효자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또 지난해 신종플루가 유행함에 따라 ‘타미플루’의 매출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6배 이상 증가했다. 이 밖에 올해 출시한 당뇨병치료제 ‘듀비에’와 고지혈증 치료제 ‘크레스토 제네릭’ 등도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며 안정적 매출을 내고 있다.
보령제약 역시 1분기 881.56%의 영업이익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마진이 높은 고혈압치료제 ‘카나브’의 선풍적 인기가 높은 실적을 이끌었다. 의약품 통계정보 데이터인 유비스트 발표자료에 따르면 ‘카나브’는 2월 말 기준 월 매출 24억7000만원을 달성해 기존 1위 대웅제약의 ‘올메텍(23억6000만원)’을 제쳤다.
녹십자는 해외사업에서 높은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올 초 세계보건기구(WHO) 산하기관의 입찰에서 수주한 독감백신 수출분과 혈액분획제제 공장의 태국 수출에 따라 수출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나 치솟았다. 독감백신, 혈액의약품 등의 해외사업도 호조를 보이며 유한양행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한미약품도 다양한 신제품 라인업을 구축하며 불황을 돌파하고 있다. 지난해 발매한 소염진통제 ‘낙소졸’, 고혈압·고지혈증 복합제 ‘로벨리토’가 안정적으로 시장에 진입했다. ‘비아그라’ 복제약인 ‘팔팔’은 오리지널 제품보다 많이 팔렸다. 고혈압치료제 ‘아모잘탄’, 역류성식도염치료제 ‘에소메졸’ 등 개량신약 제품들도 한미약품의 주력상품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반면 강력한 신제품을 내놓지 못한 제약사는 성장세가 한풀 꺾인 모양새다. 대웅제약은 ‘올메텍(고혈압치료제)’의 특허 만료에 따른 매출 감소와 간판 제품인 ‘우루사’가 효능 논란에 휘말리면서 영업이익이 11.7% 떨어졌다. 동아에스티는 주력제품인 ‘스티렌’과 ‘자이데나’의 점유율 하락과 해외사업 부진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독·일동제약·LG생명과학 등도 신약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아직 별다른 성과가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