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는 왜 이처럼 제 이름자주 바꾸며 살아갈까 살아서 제 뜻 다 펼치지 못해 죽어서라도 이름값을 하려는 걸까 헌 옷도 몸에 잘 맞으면 새롭게 보이는 법인데 칙칙한 마른 비늘보다 삼베옷이 더 좋은가 보다 맨몸으로 바다를 휘젖고 다니다가 어부의 손에 알몸을 내맡겨 옷 하나 입혀줄 땅 제 몸 거둔 구릉 위 바람과 눈에 번갈아 섞이다가 햇살을 꼬깃꼬깃 접어넣고 있구나 덕장엔 푸른 그리움 흔들리고, 앞날에 대한 욕심 내려놓는 노을이 또 다시 그를 끌어안고 있다 바다 저편으로 바람 불 때마다 오랜 만류를 뿌리치며 적막들 뛰쳐나가고 있는데 어둠 뒤집어 쓴 채, 맵고 추운 낙향의 세월도 흘러가고 겨울 바람에 별빛 다 무너지면 손맛을 빌려 누런 살을 全身供養으로 바쳐 한 세월 거두어들이겠지 그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