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현대건축과 시멘트 그리고 콘크리트 -김인철 서울시 건축포럼 의장

입력 2014-05-1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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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라는 단어에는 묘한 의미가 있다. 현대 문명을 가능하게 한 일등 공신이기도 하고 대도시의 삭막함을 비유하는 소재가 되기도 한다. 과연 콘크리트는 필요악의 존재일까. 콘크리트는 시멘트와 자갈, 모래를 물과 함께 혼합해 굳힌 것이다. 콘크리트의 주재료인 시멘트는 석회를 가공해 만든 일종의 수용성 접착제다. ‘돌가루’라는 뜻의 ‘Cementum’을 어원으로 하듯이 고대문명의 시원부터 인류가 사용해온 건축용 재료다.

현대에 철근이 보강된 콘크리트는 벽돌과 돌을 고정하는 단순한 접착제가 아니라 크기와 높이에 대한 인간의 상상을 구현할 수 있는 꿈의 소재였다. 지금 우리의 일상을 담당하고 있는 건물과 도시의 뼈대는 철근 콘크리트가 아니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콘크리트를 단순히 크고 높게 짓는 수단으로만 취급한 일반적인 경향과 달리 근대 건축의 선두에 서있던 르 꼬르뷔지에는 철근 콘크리트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는 고전 건축이 해결하지 못한 새로운 방법론을 제안했는데 함께 활동했던 근대건축 초기의 건축가들도 콘크리트의 구조적 기능뿐만 아니라 새로운 조형의 가능성을 모색했다. 액체 상태의 콘크리트는 형틀의 모양을 고스란히 반영해 굳어지므로 형틀의 제작에 따라 굽거나 휘는 다양한 형태를 만들 수 있다.

또 회색의 모노톤으로 주변의 색을 모두 받아들일 뿐 아니라 자연의 빛에 가장 솔직하게 반응한다. 콘크리트가 비난받는 이유는 회색의 모노톤이 아니라 비인간적인 스케일과 합리성을 앞세운 획일적인 형식 때문일 것이다.

건축은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 또는 도시를 배경으로 삼아 그 한 부분이 된다. 자연을 점령하듯 화려하게 두드러지거나 도시에서 혼자 돋보일 뿐 주변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결과는 그저 건물일지언정 좋은 건축은 되지 못한다. 건축에 사용될 재료로서 콘크리트의 순수한 표정만큼 적합한 소재를 따로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시멘트, 그리고 콘크리트는 그저 건물을 만들기 위한 물질이 아니라 현대건축이 지향하는 본질에 다가갈 수 있는 방법론의 하나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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